프랑스에서 1969년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 중`영ㆍ불 합작 콩코드기 운항시작'과 함께 `이관영 프랑스 도착'이 주요 기록으로 꼽힌다. 당시 23세의 태권도 5단이었던 이관영(58) 사범은 태권도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프랑스로 건너가 일본 가라테를 배운 사람들의 도전을 태권도 발차기 기술로 모두 이겼고, 이후 태권도 전도사로 유럽 무대에 등장한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경찰청 특수범죄수사대에서 경호 교관으로 근무한 그는 프랑스는 물론 인근 유럽, 아프리카 등을 두루 다니며 태권도 혼을 심었다. 현재 이 사범의 휘하에 있는 프랑스인 제자는 2만5천 명, 그 중 유단자(검은띠)만 약 5천여 명 정도라고 한다. 19일 동포신문인 `파리 한위클리'와 `빠리지성'에 따르면 오는 28일 오후 4시파리 13구 샤틀리티 체육관에서는 이관영 사범의 프랑스 태권도 보급 3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태권도 행사가 열린다. 프랑스 정ㆍ관계 인사와 태권도인, 영국, 벨기에를 비롯한 인근 유럽 국가 태권도인 3천여 명이 참가하는 이 행사에서는 태권도는 물론 합기도, 해동검도, 북한 태권도 등의 무술 시범과 함께 파리시장, 경찰총장, 올림픽 위원장 등 주요 인사 20여명의 감사패가 전달된다. 이 행사는 올해 아테네올림픽에서 프랑스가 태권도 종목에서만 2개의 메달을 따낸 여파와 함께 프랑스 내에서 태권도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날 행사는 한 동포업체가 한복을 입은 유학생들을 대거 동원해 `한국차(茶)'를 서비스하고, 한국식당은 한국 도시락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어서 한국을 홍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년에 한 번씩 도장을 옮기면서 전(前) 도장은 제자에게 넘겨주고, 다른 지역에새 도장을 내는 방식으로 프랑스 태권도 보급에 앞장선 이 사범은 "열이 39도나 오르는 날에도 도복을 입고 도장에 나갈 정도로 태권도에 혼을 불살랐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불어를 못했을 때 "몸짓을 써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몽키 태권도'를 했다"며 "35년이 지난 오늘, 제자들이 `차렷, 사부님께 경례'라는 한국말 인사를하는 것을 들으면 눈물이 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사범은 이곳 정계를 잘 아는 몇 안되는 '프랑스 통'이기도 하다. 그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재불한인회장을 역임했으며, 프랑스 정계와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 그는 "외국에 나왔으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해야 한다"며 재불동포들이 적극 프랑스사회 안에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인회장 시절, 재불동포사회에 범죄가 있거나 불상사가 있을 때는 언제라도 달려나갔다"며 "이제 한인회의 역할이 친목 위주가 아니라 프랑스사회에서실질적인 협상력을 갖고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대표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기선씨와 사이에 2남1녀를 둔 그는 1975년부터 1년 간 홍콩에서 4편의 영화에출연했으며, 왕우와 성룡에게도 태권도를 지도한 바 있다. "남은 인생을 조국에 봉사하고 싶다"는 그는 태권도를 "사람을 살리는 무술"이라고 규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