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번 해외순방 중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향후 경제운용에 있어서의 `실용주의적'접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포간담회에서 "이 시기에 좌파냐 우파냐 한쪽으로 재단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며, 저는 우파 정책도 좌파정책도 다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좌파경제' 논란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과소신에 따른 경제운용을 펼쳐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 대통령이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카를로스 메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3천%대 천정부지의 물가를 잡기 위해 극단적 우파 정책을 쓰고, 우파로 알려진 멕시코의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오히려 좌파 정책을 수용한 점을 일 예로 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오랫동안 사회주의의 어두운 그늘속에 갇혀있던 중국을 시장경제로 이끌었던 `작은 거인'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흡사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쥐만 잡으면 되지 고양이가 흰색이든 검정색이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우조선을 방문한 자리에서 "진보냐 보수냐 이념을 따지는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합리적 실용주의'"라고 분명한좌표를 제시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노 대통령은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를 `양극화 현상'에서 찾고 있다. 적어도 한국 경제가 소득 2만불, 3만불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극화 현상'이라는 두터운 벽을 허물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 "우리의 고민은 양극화"라는 노 대통령의 말에 이런 뜻이 함축돼 있다. `양극화'는 수출.내수간, 산업간, 노동자 상호간, 소득간 격차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경제의 구조 내지 체질 개선과 직결된 문제다. 노 대통령은 결국 양극화극복 해법 마련에 있어 실용주의적 접근을 할 뿐이지자본주의, 자유시장주의의 기본 틀을 벗어나지 않는한 이념과 노선 문제 등은 괘념치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나아가 보수층으로부터 경제위기 해법을 둘러싼 비판과 공격을 받는데서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정부 경제운용 원칙과 방향을 홍보하겠다는 강한의지도 읽혀진다. 사실 노 대통령은 답답하리 만큼 긴 호흡을 갖고 `한국 경제호'를 끌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단기적 극약 처방으로 경제지표가 일시 호전되는 효과를 거두기 보다는 현정부 이후에도 `한국 경제호'가 흔들림없이 순항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참여정부에맡겨진 과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같은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아무리 빠른 속도로 경제를 회복시켜도 내 임기동안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 때 심각한 애로를 겪게 될 것"이라며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위기를 제일 많이 말하는데 그것은 옳지않다"거나 "민주노총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가장 안정된 노동자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출한 것도 `양극화' 문제에 대한 인식 공유를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합리성과 투명성을 갖춘 원칙있는 경제운영에 주력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 대통령이 "빨리 국민 박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면 2,3년 안에 심각한 파탄이오게 돼있다. 각성제를 놓는 것은 못하게 했다"며 "바둑에 정석이 있듯 경제에도 정석이 있다. 원칙대로 간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김범현기자 cbr@yna.co.kr uni@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