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은행 집중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은행의 전통적인 금융중개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금융산업 구조 재편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은행에 집중된 구조조정과 은행의 금융그룹화로 금융산업에서 은행과 은행계열 금융기관의 비중은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일반은행의 평균 자산은 지난 1999년33조1천억원에서 올해 6월 57조8천억원으로 74.8%가 증가한데 비해 증권사와 보험사의 평균 자산규모는 같은 기간에 각각 5.4%와 25.2%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구소는 이처럼 은행이 대형화된 이유는 증권업이나 보험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또 방카슈랑스 취급기관중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은행의 계약건수와 수입보험료 비중은 각각 98.6%와 96.3%에 달해 증권사나 저축은행을 압도했고 은행의 펀드시장 점유율은 지난 9월말 현재 26.2%로 증권사의 73.6%보다 낮지만 지난 2000년말의 7.2%보다 대폭 늘어나 등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각 분야에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등 금융그룹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금융산업에서 은행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은행의 금융그룹화는 다른 금융권 상품의 위탁판매수수료 수입 비중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예대업무에 대한 은행의 의존도가 낮아져 은행의 대출업무 축소 등 금융중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예대비율(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 50%대에서 올 7월에는 30%대로 떨어졌다. 연구소는 은행의 대형화와 겸업화가 직접적으로 자본시장을 약화시키지는 않지만 은행과 계열회사의 이해가 대립할 경우 은행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관철되고 비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은행의 영향력 확대로 다양하고 독립적인 금융기능이 약화될 수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은행은 대출을 통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주식과 채권시장을 통해, 보험사는 장기채권투자를 통해 각각 특화된 형태의 자금공급을 담당할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와 함께 "보험과 증권 등 제2금융권도 은행과 대등한 경쟁력 및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