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핵심부품인 OPC드럼 전문 업체 (주)백산OPC(대표 이범형)는 '작지만 강한 기업'의 대표 격이다. 'HANP'라는 자사브랜드로 세계 65개국 3백여 개 업체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OPC 드럼은 프린터의 핵심부품이자 소모품.수명이 다하면 지속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산업 고도화에 따른 사무기기 자동화 시장이 고속성장하면서 OPC드럼 역시 시장성이 돋보이는 종목이다. '브랜드 파워'에서는 일본 기업에 다소 뒤지지만 매출이나 순익(2003년 매출 4백77억원, 경상이익 1백32억원)면에서는 선두를 다투고 있다. 자본금 76억원, 전 직원 2백30여명이 전부인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일본이나 독일의 대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는 것.이들 세계 기업이 거대자본의 대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백산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백산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앞선 기술력이다. 94년 회사를 설립할 당시 OPC드럼 시장은 첨단기술을 보유한 일본이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LBP OPC드럼 제조 기술은 일본만이 보유한 첨단기술이었다. 설비판매는 하더라도 기술은 철저히 보안을 지키며 견제했다. 백산의 이범형 대표는 "일본과 싸울 무기는 오로지 기술력밖에 없다는 판단아래 집중 R&D를 통해 자체 상품화에 사운을 걸었다"고 말한다.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5년여 동안 오직 품질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당당히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최고품질'의 제품개발이 목표였다. 미세한 결함까지 찾아내고 보완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쏟았다. "기술경쟁은 생존이 걸린 전쟁이었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그 결과 백산은 알루미늄 초정밀 가공기술과 감광재료액 제조기술을 동시에 갖춘 독보적인 기술우위를 점하게 됐다. 세계 수준의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일류 벤처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백산은 국내시장 진출에 앞서 해외 시장 문을 먼저 두드렸다. 하지만 세계시장의 벽은 높았다. '메이드 인 재팬'에 길들여진 고객사들은 한국의 이름 없는 회사 제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산은 이에 굴하지 않고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역점을 뒀다. 관련 전시회가 열린다면 지구 반대편이라도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제품의 우수성을 고객에게 직접 보여준다는 전략이었다. 서서히 성과가 나타났다. 미미하나마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회사측은 이 소수의 고객들을 위해 철저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제품 품질과 고객우선 서비스가 차츰 소문이 났고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8년 백산은 독일지사를 설립, 유럽시장에 본격 진입했고 1999년엔 미국에 미주지사를 설립하여 미주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였다. 1999년부터는 OPC드럼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시장에 진출, 두 해 만에 시장의 50%를 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백산OPC는 일본 시장을 65%나 차지하고 있다. 철저한 서비스도 백산 원동력의 원천이다. 고객센터 담당자들은 전 세계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4시간 대기한다. 문의가 접수되면 24시간 안에 담당자가 전문적 답변을 전한다. 이같은 '혁신경영'에 힘입어 백산은 벤처기업대상 대통령상,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모범연수업체, 전자산업대상 우수상, 대한민국 코스닥 대상 등 굵직한 상들을 휩쓸기도 했다. 하지만 백산의 전진은 그칠 줄 모른다. "최고만이 살아 남는다"는 슬로건에 걸맞은 투자 및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최신 제조설비를 매년 증설하는 것도 그래서다. 올해만 해도 51억원을 투자해 7천 평 규모의 제2 합목공장을 준공, 본격 양산체제를 갖췄다. 이대표는 "끊임없는 품질향상,지속적인 원가절감, 혁신적인 경영정책을 통해 2007년 세계 제1의 OPC 드럼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한다. 한 예로 내년 가동 목표로 개발 중인 제 9호 OPC 설비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이 대표는 "경쟁사가 야포 1백발을 쏠 때 최신 미사일로 2백발을 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귀띔한다.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2006년까지 거래처를 5백개로 늘리고 2007년까지 매출액 1천억원,이익 2백5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