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비즈니스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략의 우선순위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한 길'로 갈 수 있지만 그 선택은 종종 실패로 연결된다.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의 순간적 판단과 임기응변은 이럴 때 중요하다. 2차대전 당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도 시험을 받고 있었다. 1940년 10월.'나치 폭격기 7백여대가 하루 내내 런던 상공을 뒤덮어 민간인 사망자만 한 달 6천명 돌파.U보트에 의해 침몰된 상선 숫자 급상승 커브.' 유럽의 대부분이 독일 수중에 떨어진 상황에서 받아든 절망적인 보고였다. 만약 영국까지 몰락한다면? '짧은 장고(長考)'가 이어졌고 '미국참여 카드'는 이때부터 구체화되었다.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실리아 샌디스 외 지음,박강순 옮김,한스미디어)는 처칠에 관한 14가지 리더십론이다. 저자는 그의 외손녀로 할아버지의 진면목을 생전의 메모와 편지·연설문·일화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 언어장애인이었으나 명연설의 대가로 성장했고 사관학교에도 두 번 낙방할 정도로 성적이 안 좋았지만 그가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배경에는 '결코,결코,결코 포기하지 않는(Never,Never,Never give up)'다는 유명한 한 마디가 있었다. 그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와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을 휘젓고 다니며 군인들을 격려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성격으로 당시 주위에선 '사귀고 싶은 사람'으로 통했다. 실제 저자는 그가 '시 낭송을 즐겼고 사람들을 잘 웃겼다'고 회고한다. 런던에서 세상을 떠난 지 40년.처칠의 불독 같은 돌파력은 고난 극복의 모범으로(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자신감 넘치는 현대 최고경영자(CEO)의 메시지로(워렌 베니스 '뉴리더의 조건') 오늘날에도 인용된다. 그의 고집은 여전히 살아 있다. 3백44쪽,1만5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