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일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된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후퇴해 중재안을 제시해 정부.여당이 이를 수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경련은 '차선책'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연내 철폐 주장을 거두고 5대 그룹에만 출총제를 적용하고,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현행 30%유지에서 20%까지만 제한해 2009년부터 적용할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3대 쟁점 중 하나인 계좌추적권 부활과 관련해서는 발동요건과 오.남용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미 거론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큰 문제를삼지는 않았다. 전경련은 5대 그룹의 자산비중이 65%, 계열사 수는 49%에 달하는 만큼 자산 5조원 이상 17개 민간그룹을 모두 적용대상으로 삼지않더라도 5대 그룹만으로 정부가의도하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도 행사한도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정부.여당이 굳이 의결권 제한을 고집한다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첫해 2%부터 시작해3%, 5%씩 줄여 3년동안 10%만 줄일 것을 중재안으로 내놓았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차선책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번 중재안이 받아들여지면최선책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출총제의 경우 삼성, LG, 현대차, SK, KT 등 5대 그룹에서는 거의 문제가 되지않고 그 이하 6-12위 중견그룹에서 주로 투자 걸림돌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실익을거둘 수 있다. 또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의 최대 피해자로 거론돼온 삼성의 경우 의결권 제한이 20%가 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제기해온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에서 현 지분 구조상 전혀 제한을 받지 않게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삼성전자에 대해 갖고있는 지분은 지난 4월1일 현재 총 23.4%에 달하나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17.8% 밖에 안되기 때문에 20%까지는 오히려 2.2% 여유가 있는 셈이 된다. 정부 원안대로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가 15%로 제한되면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등 금융보험사 지분 8.93% 중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 15%를 초과하는 2.8%에 대해서는 2008년부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돼있다. 삼성은 삼성전자 뿐만아니라 삼성증권(9.46%→4.46%), 에스원(5.57%→0.57%),삼성중공업(3.91%→0%), 제일기획(3.2%→0%), 삼성정밀화학(3.12%→0%)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공정거래법으로 제한되는 의결권이 줄어드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경련의 중재안은 이날 월례회장단 회의에 보고됐으며 "정부여당이 원안을 고수하는 분위기라면 차선책으로라도 정부여당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지 반응을 얻은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전경련에서 절묘하게 마련한 중재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불투명하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20% 안은 열린우리당이 지난 9월 단독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출한 정부안을 심사하면서 부대의견으로 첨부하기는 했어도 이미 당론에서제외된데다 출총제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현명관 부회장은 전경련의 중재안을 발표하면서 정부나 열린우리당과 전혀 조율이 되지 않았다며 "국회에서 결정하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밝힌 것은 이런불안감을 배경으로 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