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인하한 것은 뉴딜과 재정확대정책 등 정부의 경기회생 노력에 금리정책으로 맞장구를 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정이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데 "금리인하 무용론"을 이유로 마냥 외면하긴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날 금통위원들이 콜금리 인하냐,동결이냐를 놓고 표결까지 벌여 한은 내부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이후 계속해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콜금리 결정에 대해 시장에선 "한은이 예측가능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은도 경기부양에 올인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는 올해보다 내년 상반기가 더욱 좋지 않을 것이며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 투자 건설 모두 침체가 이어지고 수출마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보다는 경기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부의 경기부양 '올인'에 한은은 금리인하로 화답한 셈이다. 예상 밖의 콜금리 인하 결정이 내려지자 시장에서는 재경부가 외환시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한은이 콜금리를 인하해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을 지원한다는 '빅딜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은이 3개월만에 콜금리를 내린 데에는 최근 국제 유가와 환율 하락세가 도움이 됐다. 박 총재는 "경기와 물가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유가·환율 하락으로 물가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효과에 박 총재조차 "금리정책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효과는 한계적"이라고 말할 만큼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오히려 유동성함정에 빠지거나 해외로의 자금이탈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은의 갈 지(之)자 걸음 한은의 콜금리 결정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건 지난 8월(인하)과 10월(동결)에 이어 세번째다. 6월만 해도 '금리 인하는 황당한 얘기'라던 입장에서 8월엔 콜금리를 전격 인하했고 지난달에는 인하 예상이 압도적이었음에도 동결해 시장을 '넉아웃'시켰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는 듯한 지난달 박 총재 발언과 최근 콜금리 인하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한은 보고서를 낸 것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박 총재는 "시장의 기대와 일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시장의 생각과 금통위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시장이 철이 없다"고 꾸짖었을 때와는 1백80도 바뀐 태도다. 총재 스스로 생각해도 이번 금리인하 결정은 불합리한 면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은 집행부는 '동결의견'을 금통위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박 총재가 뒤늦게 콜금리 인하로 선회했든지,아니면 금통위원들이 박 총재의 뜻을 거슬러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다. 금통위가 표결로 콜금리를 결정한 것은 지난 2001년 9월 이후 3년여 만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