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暢賢 <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 1997년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투자은행 JP모건은 국내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첨단 장외파생상품 판매에 성공했다. 이름하여 토털리턴스왑.이름은 스왑이라고 붙였지만 이 상품 안에는 마이너스 이자(-3%)로 돈을 빌리는 마이너스 펀딩구조,바트화 선도거래,엔 풋옵션 매수, 그리고 인도네시아 루피아 연동채권(금리 20.15%) 매수가 총망라돼 있었다. JP모건은 당시 상당한 양의 태국 국채를 들고 있었다.따라서 바트화가 폭락하면 우리 금융회사들은 손실액을 JP모건에 지급하고 모건은 이를 자신의 태국 국채가치 손실보전에 사용하는 것이었다. 결국 자신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우리 금융회사들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때 큰 규모로 거래에 참여했던 SK증권은 바트화와 루피아화가 폭락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됐고 이 거래는 98년 2월 양 기관간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한·미 양국의 법원에서 원고와 피고가 바뀐 채 소송이 진행되다 99년 말 결국 두 회사는 화해계약을 맺었다. '주식에 대한 콜 및 풋옵션 계약'으로 명명된 이 화해계약 자체도 모건이 주도했다. 채무를 전액 상환하되 일부 미납 채무에 대해 SK증권 주식을 JP모건에 제공하고 3년의 시간을 두고 이 주식을 6천원에 되파는 형식으로 채무를 완납하는 조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JP모건은 자신이 주식을 넘길 경우 이를 책임질 회사가 외국법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외국법인인 SK글로벌-미국과 SK글로벌-싱가포르 두 법인이 이를 책임지도록 계약이 체결됐다. 3년이 지나고 주식값은 1천5백원 정도로 하락했다. 주당 4천5백원의 보전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JP모건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고 두 법인은 일단 채무를 완납했다. 문제는 다음에 터졌다. 이 사실을 언론들이 크게 보도했고 이를 보고 한 시민단체가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SK㈜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에 걸린 SK그룹 자회사가 의결권이 제한된 SK㈜ 주식을 총수에게 넘기고 워커힐 주식을 지급받는 거래에서 워커힐 주식가격을 지나치게 부풀려 계산했다며 시민단체가 또 한번 검찰에 고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은 이 두 건을 이유로 총수를 구속했고 이 과정에서 1만3천원 정도로 유지되던 주식가격이 6천원대로 폭락했다. 그러자 미리부터 기회를 노리던 유럽계 투기자본 소버린펀드가 공격을 개시했다. 1천7백억원의 자금으로 1천9백만주(지분 14.99%)를 사들인 이들은 벌써 1조원이 넘는 차익을 올리고 있고 재벌개혁을 외치며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시민단체 검찰이 각자 자신의 목표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한 외국 금융자본에 이미 당해서 휘청거리는 우리 기업이 또 다른 외국자본에 넘어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만드는 데 본의 아니게 일조한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원래 취지와는 달리 엉뚱한 부작용을 낳게 됐다. 분식회계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지만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기업을 '꿩 잡는게 매'라는 식의 접근을 통해 외국자본에 내주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일단 국적자본으로 유지시키면서 개혁과 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주주자본주의를 가장 중시하는 미국도 종합무역법 내의 엑슨-플로리오 조항을 통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실제로 중국 항공기술수출입공사의 미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이 금지된 사례가 있다. 유럽 국가들도 자국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차등의결권 주식, 황금주, 국적은행의 의결권 보유, 의결권 상한제도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해 방어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어장치 면에서 우리나라는 대단히 취약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40년 경제성장의 주역들을 상당부분 외국 투기자본에 내주고 후회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늦었지만 많은 대안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심각하게 검토할 때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