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제3세대(3G) 이동통신 부문에서도 경쟁국에 밀리면서 한국 시장이 휴대전화 '테스트베드'(Testbed:신제품 시험무대)로서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10일 테스트베드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경우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시장장악력이 쇠퇴해 '휴대전화 메카'로서 한국의 위상이 실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시장은 지난달 79만대 규모로 근 4년만에 최악의 침체에 빠졌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회복 모멘텀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지난달 말까지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전화 '빅 3'의 200만 및 300만 화소 카메라폰 공급이 전체 휴대전화 공급량의 5% 미만에 불과한 상황이라면서 내년 세계 시장에서 200만 및 300만 화소급의 메가픽셀 카메라폰이 주축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고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기능이 복합화하면서 제품단가가 오르고 있으나 경기 침체로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보조금 제도도 없는 실정"이라면서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시장 성공률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500만 화소 카메라폰의 출시가 한국의 휴대전화 기술력을 홍보하는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200만 및 300만 화소급 카메라폰에 대한 구매 동기를약화시키는 작용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매년 100%의 초고속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3세대(3G)방식의 WCDMA(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 이동통신과 통신방송 융합 분야인 '위성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등에서 일본 업체들이 조기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단말기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과 노키아, 모토로라 등에 밀렸던 일본은 2001년 10월 세계 최초로 WCDMA 서비스를 시작한 NTT도코모가 연초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으며 이로 인해 3세대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도 1천만대를 넘어서는 등 호황을누리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NEC가 세계 시장 1위(30%), 파나소닉이 4위(12%), 소니 에릭슨이6위(5%)에 오르는 등 근 5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으로는 LG전자만 21%의 점유율(2위)로 선전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2천500만대, 내년도 5천만대, 2008년 2억대에 이르고 2010년에는 전체 휴대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상전화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전화가 이달 말부터 시판돼 WCDMA 시대가 본격 개막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기 침체로 이른 시일 내에 모델들을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하는 것이 가능할지 미지수이다. 위성DMB 단말기 상용화 경쟁에서도 한국이 지상파 방송 재전송 문제로 발이 묶여 있는 반면 일본은 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함으로써 일본 업체들의 선점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우위를점하고 있으나 국내시장이 주춤거리면서 고급 신제품 분야에서 일본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정보기술(IT) 뉴딜계획을 비롯한 경기 부양과 규제 완화 등을통해 테스트베드로서 국내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 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