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보검 한 자루를 얻었는데 이를 귀히 여겨 상자에 넣어 보관했다.


올해 상자를 열어보니 녹이 슬어 폐물에 가까웠다.


몇 달 동안 보검을 살릴 방법을 찾다가 어느날 물빛이 도는 돌덩이를 얻었다.


매우 반질반질한 숫돌이었다.


그러나 며칠동안 칼을 갈아도 표면의 부식만 없앴을 뿐 예리한 날을 살리지 못했다.


숫돌이 매우 고와서 단기간에는 어렵겠으나 계속 갈면 한달 안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성을 다해 한달을 갈았더니 과연 처음 칼을 얻었을 때보다 수십배나 더 날카로워졌다.


이 숫돌을 보내니 스승으로 삼고 늘 스스로를 단련하라.'


중국 당나라 서원여가 동생들에게 보낸 글이다.


청나라 문연각대학사 이광지가 자손들을 훈계한 글도 눈길을 끈다.


마치 요즘의 권력자 주변을 보는 듯하다.


'바람에 흩날리지 않아야 화로의 불씨를 보전할 수 있다.


반성과 검소함과 겸손은 불씨를 보전하는 방법이다.


최근 일부 못난 자손들이 내 이름과 지위를 팔며 법을 어기고 있다고 들었다.


자손이 내 명예와 뜻을 돌보지 않는데 어찌 나라고 그런 자손을 돌보겠느냐.내 말을 명심하여 가문에 누가 되는 일을 하지 않길 바란다.'


신간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자녀의 인생을 바꾼다'(사마광 외 지음,장연·심재석 옮김,명진출판)에는 이처럼 옛 사람들의 지혜와 가르침을 담은 73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른바 명문가를 이끈 아버지들이 아들이나 아우들에게 보낸 가서(家書)다.


가서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가문 내에서만 비밀리에 후손들에게 전해 내려오던 가훈과 훈육서.집안 식구들끼리 돌려보기 때문에 형식이 자유롭고 내용도 진솔하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사람됨의 도리와 인·의·예·지 등의 '생활 속 잠언'들이 글읽는 맛을 더욱 깊게 해준다.


2백52쪽,9천5백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