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4일 여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부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들은 작심한 듯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과 대외경쟁력 약화 우려 등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여당 지도부의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태미 오버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은 "한국경제가 맞고 있는 가장 중요한 도전 중 하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라며 "한국의 노동법은 세계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이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특히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보호법안과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경제는 심장마비(heart attack)와 같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터 튤리스 주한 EU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상대에 맞서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산업이 과연 어떤 것이 있는지 말해달라"며 "한국을 동북아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프란스 햄싱크 주한 EU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가 그리 큰 문제라고 보지는 않지만 여야가 화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여당은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의장은 곤혹스러운 듯 "여당이 욕을 많이 먹는 경제문제를 이야기하라면 고민이 된다"고 운을 뗀 뒤 "재정지출 확대와 소득세 법인세 등 세금감면,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으로 내수를 회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지원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또 "야당이 참여정부를 반시장적이라고 매도하고 있지만 이는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며 "정부 여당의 경제정책을 신뢰해달라"고 당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