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않다. 천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원내사령탑으로서 정치적 부담도 마다하지 않은 채 헌재의 논리를 반박하는 선봉에 섰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폐지와 형법보완 등 4대 "개혁입법"에 대해서도 당내 일부의 완강한 반대를 잠재우며 당론화하는 뚝심을 보였다. 덕분에 "개혁전도사"이미지를 굳혔다. 천 대표는 우리 정치권의 최대 화두인 두가지 현안을 무리없이 주도해내면서 당내 "실세"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헌재 결정직후 그가 내놨던 "관습헌법 비판론"은 사회적 논쟁의 출발점이 됐다. 4대 입법의 당론화도 당초 다소 무리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금의 평가는 판이하다. 오히려 국보법의 처리방향 등을 놓고 불협화음이 끊이지않으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리더십 부재 비판론이 쑥 들어가버린 상황이다. 특히 그는 4대개혁입법 처리에 정치생명을 거는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말그대로 "올인"하는 모양새다. 천 대표는 기회있을 때마다 "4대법안을 반드시 회기내 처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진다. 평소 말을 아낀다는 얘기를 듣는 그이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야당 대표 공격도 서슴지않는데서도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의 올인행보에는 나름의 절박감이 배어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난으로 민심이 좋지않아 내년에 여당의 국회 과반의석이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한데다 당내부에서조차 "올해를 넘기면 4대법안이 물건너갈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실정이고 보면 그의 입장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음직하다. 물론 차기를 겨냥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당내 일각에서는 "4대개혁입법을 잘 마무리한다면 천 대표가 여권내 차기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9월 일본과 미국을 방문하는 등 보폭을 해외로까지 넓히고 있는 그다. 어느 경우든 4대법안 처리문제는 천 대표의 향후 정치위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그렇지않아도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어려운 싸움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천 대표는 이해찬 총리의 야당비하 발언파문에 따른 경색정국이라는 예기치못한 복병까지 만난 형국이다. 이번 지방자치단체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것도 그로선 부담이다. 최대의 정치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