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가 28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양 대정부 질문 답변을 통해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을 전면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해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자체와 재계는 이 총리의 이날 발언과 관련,정부의 수도권 정책이 또다시 규제로 선회하는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진의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 정책 규제로 선회하나 정부는 그동안 신(新)국토구상이나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선(先) 지방발전-후(後) 수도권 규제완화'원칙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올들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련 법령까지 고쳐 가며 첨단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등 정책의 방향을 일부 수정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날 이 총리가 인용한 LG전자의 파주LCD공장과 삼성전자의 화성 반도체공장이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8월 말 내놓은 '신수도권 발전방안'을 통해 △1단계(2004∼2007년)에서는 공장총량제 등 현행 정책기조(과밀억제)를 유지하면서 첨단산업 등의 규제를 선별 완화하고 △2단계(2008년 이후)에서는 현행 3개 권역(과밀억제·성장관리·자연보전)체계를 개편하는 등 규제완화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공장이나 대학 등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제한기준이나 과밀부담금 기준 등을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계획정비지구' 지정제도를 도입해 규제를 선별 완화해 준다는 방침이었다. ◆공장설립 규제 완화 내용 정부는 현재 규제가 심한 수도권 공장설립 기준을 대폭 완화해 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또는 대·중소기업의 차별을 없애고 첨단업종 중심으로 허용업종을 확대해 자유로운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공장설립 요건이 기업규모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상태다. 예컨대 올해 말까지 △외국기업(지분 50% 이상)의 경우 25개 첨단업종의 신·증설이 허용되지만 △국내 대기업은 14개 업종에 한해 증설만 허용(신설은 금지)된다. 정부는 다만 현행 2차 수도권 정비계획(97∼2011년)에서 허용되는 계획입지(산업단지 등) 면적(44㎢)과 수도권 공장총량제(2004∼2006년까지 2백59만평)의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수도권 계획입지 허용 면적은 지난해까지 이미 28.9㎢가 배정돼 지금은 15.1㎢(4백56만평)만 남아있다. ◆정책 불확실성 또 노출에 불안 지난 21일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직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제외한 국가균형발전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수도권 규제완화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이날 이 총리의 발언이 전해지자 재계는 물론 수도권 지자체들은 "정부가 그동안 제시한 조기 규제완화가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총리의 말대로라면 수도권은 또다시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연말까지 내놓기로 한 규제완화 세부방안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수도권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불과 며칠 사이에 수도권 정책에 대한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며 "국가균형발전 정책기조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