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생명 서산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조미해 설계사(가명·30)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북한에서 공산품 품질관리원으로 살다가 지난해 탈북,한국에 정착했다.


조 설계사는 북한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생활했으나 한 친척이 비사회주의그루빠(김정일 지시로 결성된 비사회주의 풍조 척결 기구)에 의해 재산을 몰수당하는 모습을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


97년 한차례 탈북을 시도했다 5년 만에 검거돼 종신관리소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끝에 지난해 2차 탈북에 성공,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조 설계사는 한국사회적응 훈련기관인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고 지난해 말 충남 서산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당장 직업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여서 신문배달을 첫 직장으로 잡았다.


이후 신문배달을 하면서 무슨 직업을 구하든 운전은 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운전면허학원도 다니게 됐고 학원에서 알게된 지인이 보험 설계사를 권유해 SK생명 서산지점을 찾게 됐다.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선 보험이나 영업이란 용어가 없다. 생소한 보험설계사란 직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설계사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생소한 용어들과 경제상식의 부족 때문에 고생에 고생을 거듭한 끝에 결국 지난 2월 설계사 등록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비슷한 처지의 탈북자로부터 첫 계약 체결에 성공한 후 보험영업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월평균 2백50만원의 급여를 받는 중견 설계사로 성장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