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 지금 정부에선 소비자정책 추진체계 개선에 대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유는 소비자 문제의 근본적인 성격상 하나의 소비자정책에 여러 부처가 관련되고 따라서 해당 부처간 공조 혹은 총괄 조정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갖는데 우리나라 소비자정책 추진체계상 이런 부분이 취약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사한 식품이라도 관리주체가 다르고 부처마다 적용하는 법률이 달라 체계적인 소비자정책(예:식품위생관리)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유가 대표적이다. 우유의 경우 현 체제로는 원유는 농림부,첨가물이 있는 조제분유는 식품의약품안전청,수입우유인 경우 농산물검역소로 업무가 분장되고 있다. 따라서 해당부처간 공조 혹은 총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부 소비자정책은 여러 부처에서 담당함으로써 정책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또 과거 납꽃게 파동이 발생했을 때 해양수산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간 관리책임을 두고 마찰이 있었고 불량 만두소 사건 때 정부기관 간 공조체계 부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우리나라 소비자정책의 총괄·조정업무를 맡은 재경부는 현실적으로 국가의 거시경제 혹은 금융정책 등 경제 현안에 밀려 소비자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기 어렵다. 거래 안전 피해구제 정보제공 교육 등 종합행정의 특성을 갖는 소비자정책을 재경부의 한개 과(課)에서 총괄 조정한다는 건 전문성이나 인적 부문에서 한계를 갖는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의 개선 방안으로 모든 부처와 독립된 기구이면서 각 부처의 소비자정책을 공조 및 총괄 조정할수 있는 기구로서 소비자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하고자 한다. 소비자위원회는 각 부처 소비자정책의 총괄 조정 역할뿐 아니라 정책수립과 추진사항을 피드백하기 위한 종합적인 모니터링 기능을 하는 동시에 단순히 매년 '소비자보호종합시책'을 수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부처의 소비자보호활동을 감시하고 소비자보호 활성화를 기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역할을 위해 소비자위원회는 각 부처와 독립된 상위기구로서의 위상이 필요하고 소비자정책의 경우 소비자들의 생명이나 안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 필요한 정책시행이 적시에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로 두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나아가 위원회의 구성은 학계,연구기관,관련업계,소비자단체 등 소비자문제에 관해 전문지식이 있는 자,정부 부처 대표로 이뤄지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때 정부 부처 대표로 장관들을 위임하는 것은 가시적인 효과밖에 없다고 보이며 차라리 각 부처 실무진으로 구성하는 것이 소비자위원회 활동을 역동적으로 이뤄낼수 있다. 실무진으로는 각 부처에 현재 소속된 인적 자원 중 소비자정책 담당관의 임무를 부여하며 이들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을 꼽을 수 있고 이 때의 장점은 새로운 인력 고용을 위한 새로운 예산이 필요 없으며 좀 더 현실적인 소비자정책 업무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위원회의 행정기능을 담당할 사무국은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까 하는 과제가 남는다. 이 역시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각 부처 이기주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국무조정실이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소비자위원회가 설치되면 기대효과는 어떠할까? 앞서 얘기했던 우리나라 소비자정책 추진체계의 문제점이 크게 완화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정책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각 부문을 통합,체계적인 소비자행정이 이뤄질 것이고 보다 효과적인 소비자정책이 수행될 것을 기대할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 부처의 담당 혹은 책임이 불분명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시급히 요구되는 정책 제안을 통해 국민의 요구를 적시에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소비자행정이 가능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소비자시장의 국경이 없어짐에 따른 국제적 소비자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소비자정책 활동을 펴나가는 데에도 역시 소비자위원회가 훌륭한 중심축이 될 것이다. /한국소비자공동학회장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