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나들며 투기성 높은 초단기 투자를 일삼는 헤지펀드가 세계 경제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과도한 차입금을 이용,극단적 위험까지 감수하는 헤지펀드의 '벼랑끝 투자'는 자칫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25일 "눈덩이처럼 규모가 커지고 있는 헤지펀드는 '금융파괴무기(weapons of financial destruction)'이며 사담 후세인이 추구했던 대량살상무기(WMD)보다 더 큰 위협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는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대거 끌어들이면서 그 수와 자금운용 규모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금융계에 따르면 1990년 6백개에 불과했던 헤지펀드는 2000년 약 4천개로 늘어난 데 이어 올 해말에는 약 9천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자금 규모도 2000년 3천억달러에서 올해말에는 약 1조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석유 등 국제원자재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이유도 그 배후에는 헤지펀드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헤지펀드는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 선물·옵션 부동산 원유 통화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투자 행태'를 띠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투자은행들의 헤지펀드 설립이 급증,헤지펀드와 제도권 금융사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문제는 펀드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규제는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 위기에 몰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헤지펀드의 과도한 차입 투자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며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펀드라는 특성을 살리면서 헤지펀드의 역기능을 제어하는 장치가 국제 금융시장에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