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엘 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의 4기 연임이확실시되는 가운데 튀니지 대선과 총선이 24일 동시에 실시된다. 460만 유권자들은5년 임기의 대통령과 함께 189명의 단원제 의회 의원들을 선출한다. 벤 알리 대통령은 1987년 무혈 궁정 쿠데타로 종신 대통령이던 하비브 부르기바를 축출한뒤 17년째 집권해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는 벤 알리 현 대통령을 포함한 4명의 후보가 나섰으나 벤 알리 대통령의 4기 연임이 확실시된다. 총선에서도 여당이 의석의 80%를 차지하고 야당이 나머지 20%의 의석을 갖도록한 현행법에 따라 집권 입헌민주연합(RCD)의 압승이 예상된다. 야당 대선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인민연합당(PUP)의 모하메드 부치하 후보는 자신이 벤 알리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민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민주주의 과정을 발전시키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관측통들은 이들의 역할이 벤 알리 대통령의 재집권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데 있을 뿐이라며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분열상을 보여온 소수 야당들은 지난 22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수도 튀니스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벤 알리 대통령과 집권당의 장기집권과 독재를 비판했다. 야당인 진보민주당(PDP)의 나지브 체비 당수는 이번 대선과 총선이 PDP 퇴출을정당화하기 위해 실시되는 '가장무도회 선거'라고 비난했다. PDP는 정부가 자당을검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21일 총선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세속 야당인 개혁운동당의 무함마드 하르말 당수는 정부와 여당을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변혁의 적(敵)"이라고 성토했다. 집권후 인권신장과 민주주의 원칙 존중을 다짐했던 벤 알리 대통령은 정당 활동억압을 해제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연임을 3기로 제한했다. 그의 집권 초반 경제도 연평균 5%의 건실한 성장을 지속했으며 교육과 보건 등 각 분야에 걸쳐 개혁조치가 단행됐다. 그러나 벤 알리 대통령은 이슬람 부흥당 등 야당의 입지가 점차 강화되는데 불안을 느껴 1990년대초부터 개혁에 제동을 걸고나섰다. 이때부터 국민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고 인권활동과 언론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벤 알리 대통령은 1999년 대선에서 99.4%의 지지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올해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2002년 국민투표를 통해 추가로 두차례 연임이 가능해졌으며 면책권까지 얻었다. 벤 알리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면 다당제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고 여성의 정치권리도 확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벤 알리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조만간 완화될 전망은 극히 어둡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