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계속되는 정부의 투자과잉, 카드사와 연계한 극장료 할인 정책이다." 지난 22일 열린 젊은영화비평집단의 포럼에서 이색 주장이 나왔다. 정부의 영화진흥정책의 과잉과 극장료 할인이 지금의 영화계 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서울예대 강한섭 교수는 "한국영화계는 완전히 속았다. DJ정권 경제 정책과 영화 진흥정책은 쌍둥이 같다. 소위 '대박 마케팅' 때문에 지금 한국영화계의 거품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500억 원이 움직이던 시장에 2000년 정부가 갑자기 1700억 원의 영화진흥기금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은 대책없이 커졌다"면서 "정부는 돈이 너무 많아 문제인 산업에 국민세금으로 돈 벼락을 내린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는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펀드가 조성한 돈은 엄청나기 때문에 스타급 연기자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제작비가 급증했고 어느 순간에는 마케팅비가 순제작비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흥행에 대한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영화의 붐은 돈의 흐름과 속도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 점만으로는 한국 영화 붐의 가장 특이한 현상인 '극장의 이상 호황과 비디오 시장의 이상 몰락'은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비디오 시장 몰락의 가장 중요하고도 치명적인 이유는 극장요금의 덤핑이다. 특히 부실 운영으로 정부 공적지원을 받는 카드사와 연계한 할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7천 원 입장료 다 주고 영화보는 사람은 아줌마나 아저씨뿐이다. 카드할인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박스 오피스의 99%는 의미가 없다. 박스 오피스의 25-30%를 카드사와 이동통신사들이 대납해주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극장요금의 덤핑은 필연적으로 영화가격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극장요금이 할인되면 박스오피스는증가하지만 비디오, 케이블 등의 시장은 축소되기 마련이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대학생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는데 정부가 돈을 대주는 형국이다.전국 대학에 오전에 학생이 없다. 다 극장에 가 있다. 과수요이고, 교육 파탄이다"면서 "극장요금을 이렇게 깎아주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불법복제와 다운로드 때문에 비디오 시장이 죽은 것이 아니라 덤핑 때문이다. 이것을 정상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큰일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강 교수의 주장에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2000년 정부의 영화진흥기금 조성은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었다. 당시 대우, 삼성 등 비디오를 통해 영화계에진출했던 대기업들이 서서히 영화에서 손을 떼던 시기라 영화계에서는 자본이 말라갔다. 그러던 차에 정부가 1천700억 원을 지원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CJ의 김종현 상무는 "극장의 제휴사 중 카드 사업자는 10%에 불과하다. 카드 보다는 정부의 공적 자금을 하나도 받지 않는 텔레콤 3사의 비중이 훨씬 크다"며강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