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청와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는 헌재 결정이 내려진 뒤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이날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비서실의 전 역량을 동원,앞으로 취할 수 있는 법적대응과 행정적 조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는등 비장한 태도로 총력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움직임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신행정수도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고,"정권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반대 움직임은) 대통령에 대한 불신으로 정권퇴진 운동으로 느껴진다"고까지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과 연관시킨다면 신행정수도의 성패와 좌절은 자칫 '참여정부' 국정과제의 기본 틀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인데다 정권의 신임 여부와도 연계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내부적인 판단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김종민 대변인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청와대 입장을 발표하면서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소 의례적인 발언까지도 기피한 맥락으로 볼때 청와대가 향후 폭넓게 대안을 모색,이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수도이전과 관습법(헌법)을 연결시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헌재가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재에 대한 청와대의 충격과 불만,성토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해주는 발언이다. 지난번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대한 반응과는 정반대다. 청와대의 구체적인 대응방향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시간'에 대해 김 대변인은 "다음주 수석·보좌관회의,국무회의 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국민담화나 기자회견 계획은 바로 잡히지 않았다. 청와대의 고민은 신행정수도가 노 대통령의 공약중 사실상 가장 큰 부분이고,국가균형발전 계획과 동북아 중심전략 등이 모두 이 문제와 '한 세트'로 묶여 추진된다는 점이다. 지방분권화 등 국가장기발전 구상의 핵이 헌재에 의해 좌절돼 현 단계에서는 "(여러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밖에 밝힐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청와대 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인 입지가 국회의 탄핵의결 이후 최대의 위기국면에 처했다고 보고 있다. 탄핵 정국 시절만 해도 국민여론에 '반대'가 훨씬 많아 헌재의 결정을 여유있게 기다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다수 여론조사가 현실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투표 실시'로 헌재의 결정을 정면돌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노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김 대변인은 "특별히 소개할 만한 내용은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