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앞 마당에 세워져 제막식을 앞두고 있는 광개토대왕비(廣開土大王碑) 재현 비가 원래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1일 독립기념관에 따르면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시(集安市)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비를 만들기 위해 3년여의 공정을 거쳤다. 최근 완성된 이 비는 독립기념관 겨레의 큰 마당에 세워졌으며 오는 26일 제막식을 갖는다. 그러나 제막식에 앞서 독립기념관측이 공개한 사진을 살펴본 일부 학자와 서예가 등은 이 비가 원래 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석대 조법종 교수(한국고대사)는 "사진으로 볼 때 머리 부분 등 전체적 모양에서 광개토대왕비의 웅혼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원래 비는 자연석을 큰가공 없이 사용했으며 아래, 윗 부분에 비해 가운데가 약간 들어간 모습인데 재현비는 거의 일자형으로 밋밋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광개토대왕비 앞면에 두 개의 큰 홈이 길고 비스듬하게 나 있는데 재현비는 그 홈의 위치와 모습이 다르다"며 "아직 공개 전이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비문 글씨가 제 위치에 새겨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각가 모 씨는 "옛 모습을 재현하려고 강제로 부식재를 사용하면 원래 비의 표면 그대로를 나타내기 힘들다"며 "특히 부식과정에서 보기 흉하게 흘러내리거나 돌출 부위가 많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광개토대왕비의 원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려고 애썼다"면서 "이 비는 학술 연구대상이 아니라 교육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현 비는 귀중한 민족유산의 멸실을 염려한 모 장학재단이 국민에게 역사교육자료로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학계의 고증을 받아 제작해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천안=연합뉴스) 정태진 기자 jt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