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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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테네 올림픽의 미국 주관 방송사였던 NBC 웹사이트에는 우리나라의 공용어가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돼 말썽을 빚었다.
세계 여행안내서 분야에서 가장 성가가 높은 출판사인 론리플래닛에도 한국은 두 개의 공용어를 가진 것으로 버젓이 나와 있었다.
외국의 교과서와 수많은 홈페이지에는 독창적으로 만들어진 한글이 중국어의 영향을 받았다고 기술돼 있는가 하면,어찌된 영문인지 한글을 창제한 임금도 철종으로 돼 있다.
뿐만 아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도 모자라 제주도가 일본 영토라는 황당한 내용도 있다.
창경궁엔 동물이 살고 있다느니,한복은 귀족계급이 입었다느니,한국엔 말라리아가 창궐해 이 곳을 여행할 때는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기도 하다.
이루 셀 수 없는 많은 오류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는 현장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다행히 이런 오류들은 사이버상의 외교사절단으로 불리는 반크(VANK)에 의해 하나씩 수정돼 가고 있다.
1천4백명에 이르는 반크 회원들이 그동안 시정한 사례만도 수백건에 이른다고 한다.
평범한 한 시민의 주도아래 만들어진 이 사이버단체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 사건을 겪으면서 더욱 힘을 더해가고 있다.
회원들은 지금도 해외 유명사이트에 올랐던 글들을 상기하면서 의지를 북돋운다.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하루 세끼 식사로 먹고,외국인에 대해서는 매우 공격적이라는 등등의 내용들이 그것이다.
한국과 관련된 오류찾기에 오는 11월부터 국정홍보처도 나선다는 소식이다.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에서 왜곡되었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찾아 민간 대형 포털사이트와 함께 시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관건일 터인데 '우리나라 바로 알리기'에 너와 내가 따로 있을까 싶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지구촌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한국이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현실을 책망하기 전에,우리 역사와 문화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를 먼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