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지역특화산업으로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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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공장과 컨테이너의 도시 부산이 세계 영화도시 지도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 대표신문인 르몽드의 격찬처럼 부산국제영화제는 출범한 지 10년도 안되는 단기간에 기적을 이뤄냈다.
영화 상영작 63개국 2백66편,좌석 점유율 84.8%,관객 16만명,게스트 50개국 5천6백38명.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아시아를 넘어 세계영화계의 관심 속에 열렸던 제 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적표다.
부산은 개항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상공업도시로 줄달음쳐왔을 뿐 문화는 불모지대나 다름없었다.
특히 문화권력과 인프라가 서울에 '일극집중'된 불리한 여건에서 지방도시가 세운 국제적인 문화금자탑이어서 더욱 돋보인다.
주수현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영화제로 3백3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백여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생겼으며 관주도가 아닌 민간중심의 운영체계가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의 성공은 영화 전문가들이 모여 영화를 연구하고 지자체와 시민들이 열정을 갖고 함께 협력 했기때문이다." 고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성공비결을 이같이 말했다.
◆민간 자율운영이 성공비결=무엇보다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짜여진 조직위의 자율운영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과 김지석 전양준 허문영 프로그래머 등 국내에서 내놓을 만한 영화 전문가 60여명으로 구성된 조직위가 운영을 맡고,부산시는 예산과 장소 제공,홍보 등 행정 및 재정 지원만을 전담하는 철저한 역할분담이 주효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산·학·관 전문가들을 한명 한명 심사해 유능한 인재들을 선별해 조직위를 구성했고,위원들은 각각 일사불란한 행동과 협력을 바탕으로 각자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했다는 평을 받았다.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한 운영방침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많은 돈을 들여 건물 등 하드웨어를 구축하기보다는 세계적인 영화 인맥을 활용,타 국제영화제의 절반에 불과한 23억원만을 국비 및 시비로 지원받아 사업성을 극대화했다.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상업성을 배제한 것도 성공의 주 요인이다.
집행위 한 관계자는 "아시아의 유명 감독이나 재능있는 신인 감독의 수준높은 작품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 '아시아 영화의 세계화'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또 작품을 선정,순위를 정하는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등 각국의 경쟁방식 영화제 대신 비경쟁 영화제를 선택한 것도 성공에 큰 보탬이 됐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려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으라"는 말이 세계 영화계에서 나올 정도로 부산영화제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부산 시민의 영화에 대한 강한 애정과 자발적인 참여,영화전문가 및 행정기관 등이 하나같이 의지를 잘 조화시킨 점도 큰 몫을 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 있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해 단기간에 18만명이 넘는 고정 고객을 확보했다.
홍콩영화제는 10만명을 동원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영상관련 30개사 입주=이번 부산영화제의 출품 영화가 2백66편에 이른다.
지난 96년 첫회의 1백68편보다 무려 1백여편이 늘었다.
김영활 부산시 경제진흥 국장은 "올해 영화제의 특징은 역대 최대 규모이자 여느 해보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풍성했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영화제의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2000년 영화제작사인 라이트하우스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헬로코리아미디어가 설립됐고,2001년 부산영상벤처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 곳에 30여개사가 입주,부산 영상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최상의 영화촬영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해운대구 우동 무역전시관에 스튜디오 분장실 작업실 등을 갖춘 2천평 규모의 실내촬영 스튜디오와 야외 오픈세트장도 가동하고 있다.
부산시는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에 부산영상센터도 조성,부산국제영화제 활성화와 함께 영화산업 도시로 조성해 가고 있다.
해외 투자자로부터 공동지원 계약을 약속받는 등 영화제가 세계 영화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