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갑 < 아경산업 대표 akyung@kornet.net > 노무현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방문시,우리기업의 해외진출 성과에 대한 찬사와 앞으로 기업활동의 애로사항을 풀어가겠다는 두 가지 화두가 마음에 스치면서 어느 두 분이 쓴 작별의 편지가 새삼 생각났다. "지금까지 우리가 소명처럼 추구했던 창조,도전,희생의 여정이 이 순간 못내 가슴에 맺혀 옵니다. 대우가 살아온 지난 세월에는 국가와 명예와 미래를 지향하는 꿈이 항상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우리의 명예는 날개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꿈과 이상은 가눌 수 없는 고독이 되어 제 여생의 반려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일찌감치 세계경영을 주창하면서 아프리카 등 오지를 마다않고 해외진출에 앞장섰던 김우중 대우 회장이 중도탈락의 순간에 남긴 편지다. 그는 일찍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다. 노 대통령도 이번 해외 순방 때 "한국은 아직도 세계에서 많은 기회가 있다"고 김 회장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언급을 했다. 이제는 김 회장의 공과를 정당하게 평가할 때가 됐다. 억울한 시절을 겪은 그가 귀국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은 달라이 라마와 김우중이 못가는 나라"라는 해외 식자들의 비난을 불식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서 가장 지울 수 없는 과오는 대우차 노조의 김우중 현상수배 전단배포와 체포조 파견이다. 이런 치욕을 바라본 기업인들의 마음은,이내 사업의 틀을 안정지향적으로 바꾸고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동기가 됐다. 또 다른 작별의 편지는 중소기업대상까지 받고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허점 때문에 죽음의 길을 택한 한 중소기업인이 친구에게 남긴 것이다. "내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회사 발전을 위해 청춘을 불살라왔지만 불운하게도 부도에 휘말렸다. 이젠 어쩔 수 없어 마지막 글을 너희들에게 보낸다. 친구들이여,우리의 정분을 생각해 집도 절도 없이 이리저리 밀려다닐 내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가족들의 생계를 돌봐주기 바라네.그 고마운 마음은 영혼이 돼서라도 잊지 않겠네." 나같은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이 편지를 읽고 울었다. 이런 비운의 중소기업인이 다시는 생기지 않길 염원하면서,해외순방 때마다 강조되고 있는 노 대통령의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기업현장에 반영되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기업인을 애국자라고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