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에나 여자를 기쁘게 했던 이름이 있다.


금색 체인과 덮개 부분의 코코 로고가 인상적인 샤넬의 체인백, LV로고와 꽃 모양이 새겨진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토트백, 심플하고 세련된 멋을 풍기는 프라다의 포코노 나이론 백팩, D자 로고가 우아하게 그려져 있는 크리스찬 디올의 레이디 디올 백, 구찌의 더블G로고 가방...


지난 반세기 동안 패션계를 지배해온 핸드백들이다.


전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이 이 가방들이 진열된 패션매장 쇼윈도 앞에서 미소 짓고 한숨 쉬며 갖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왔다.


프랑스 브랜드 롱샴(Longchamp)도 여성을 매혹시킨 명품 가방의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특히 최근 국내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한국시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남성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한 멋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거나 갖고 싶어하는 제품으로 꼽힌다.



말과 기수의 모습이 유연하고 날렵한 곡선으로 처리된 심벌 로고의 롱샴.그 역사는 프랑스의 장인 카세그린(Cassegrain)이 1948년 가죽 장식 파이프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카세그린의 파이프는 특유의 매끄럽고 아름다운 곡선으로 당시 남성들에게 상품의 차원을 넘어선 미술 공예품으로 인정받았다.


파이프와 파이프 홀더,재떨이 등 담배와 관련된 가죽 액세서리 제조 사업은 곧 키홀더 및 지갑 등 가죽 패션잡화 생산으로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1957년에는 파리 외곽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고 장인들을 불러모아 본격적인 가방 산업에 뛰어들었다.


양가죽 여행용 가방,나일론에 가죽장식을 한 트렁크,엠보싱 모양의 송아지 가죽 제품 등 독자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매 시즌 새로운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3대째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꼭 10년 전에 선보인 '쁠리아제(Le Pliages)' 라인은 롱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약간의 광택이 들어간 나일론 소재와 가죽이 배합된 이 제품은 특이하게도 '접는' 핸드백으로 유명하다.


펼쳤을 땐 책 몇 권이 거뜬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지만 가로 세로로 접어 스냅(똑딱단추)을 잠그면 지폐 한 장 크기로 작아진다.


평범한 듯하지만 이전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 디자인 아이디어는 시장에 선보이자마자 캐리어우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여성스러움과 캐주얼함,실용적인 멋 등 현대 여성들의 니즈를 골고루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쁠리아제의 컬러도 화제거리다.


핫핑크,바이올렛,터쿠아즈 등 눈부신 원색부터 브라운 베이지와 같은 내추럴 컬러까지 그 어떤 가방보다도 다양한 컬러 버전을 내놓고 있다.


롱샴은 올 가을 쁠리아제 라인 탄생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갖기도 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전위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과 손잡고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다.


그녀는 아플리케,패치워크 등의 기법을 활용해 쁠리아제를 좀 더 유니크하고 예술적인 모습으로 변형시켰다.


에민의 특별한 리미티드 에디션은 국내 매장에서도 판매 중이다.


롱샴은 현재 전세계 70여개국에 진출,60여개의 부틱 숍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달에 롱샴 코리아가 설립됐다.


설현정 패션전문기자 sol@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