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출신 신입직원 K군과 L군은 서울에 있는 A사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K군과 L군은 난생처음 서울로 올라와 지리를 전혀 모른다. 입사한 뒤 며칠이 지나자 영업부 M부장은 K군과 L군에게 둘이 신규 거래처를 방문해 업무협의를 하라고 지시했다.


운전경력이 더 많은 K군이 운전을 맡기로 했다. K군은 곧 회사차량에 탑승한 후 음성으로 주행안내 서비스를 작동하도록 명령했다. 거래처 이름을 말하자 주행안내 서비스는 거래처까지의 경로를 보여주고 실시간 교통정보를 분석한 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예상시간은 1시간.


30여분쯤 운전을 했을까. 위험 경보음 소리에 K군은 깜짝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근 입사축하를 받느라 회사 선·후배,친구들과 잦은 술라지를 가졌던 K군이 깜박 졸자 텔레매틱스시스템이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동공을 감지하다가 위험할 경우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준다.


경사로에 접어들자 차량 내의 노면상태 센서로부터 정보를 받은 시스템이 노면이 미끄러우니 조심 운전하라는 안내를 한다. 또 옆 차선에서 주행하던 차가 주행 차선을 침범했다며 운전자에게 조심하라고 경보를 했다.


L군은 뒷 좌석에서 차내 고속의 데이터 통신망에 연결돼 있는 허브포트에 노트북PC를 연결해 거래처에 가서 발표할 자료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은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PC에 접속해 자료를 받아오고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해 채워넣었다.


생각보다 일을 빨리 끝낸 L군은 앞 좌석 뒤쪽면에 설치돼 있는 스마트 모니터를 켠 후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기를 선택했다. 마침 유럽의 챔피언스 리그 축구 시합을 하고 있었다. 후반 종료 시간이 10분 정도 남아있었다. 축구를 본 후에도 거래처에 도착하려면 30분 이상 남았다고 주행안내 시스템이 알려준다. L군은 차내 망에 연결돼 있는 게임기를 이용해 게임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이 중앙차선을 넘어 이들이 타고 있던 차량에 부딪혔다. 순간 에어백이 터지고 구난서비스 프로그램이 작동된다. 이 프로그램은 텔레매틱스 서비스 센터로 차량의 현재 상태와 위치 정보들을 보낸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센터에서는 사고 차량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119 구난센터와 경찰 사고 접수 센터와 견인 서비스 센터 그리고 보험회사 사고 접수 시스템으로 사고차량의 위치정보를 자동으로 보내 신속하게 구조하도록 요청한다. 다행히 이들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어 거래처에 전화를 해 회의를 다음으로 미루고 회사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사고 후 5분 만에 119구조대가 도착해 이들을 병원으로 싣고 갔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은 운전과 관련돼 길안내를 해주는 내비게이션시스템을 넘어서 유·무선통신 및 방송망을 통해 차량을 사무실과 가정에 이어 제3의 인터넷공간(Connected Car)으로 재구성해준다. 차량안에 장착된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통신과 인터넷은 물론 DMB,주문형비디오(VOD),온라인게임 등 멀티미디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긴급구조기능은 물론 차량을 잃어버리더라도 곧바로 찾을 수 있는 차량도난방지시스템,여행길에 주변의 음식점이나 명승지 주유소 위치 등을 지역정보시스템,차량의 고장 원인을 찾아내 문제점을 알려주는 차량진단시스템 등 다양한 부가기능이 제공된다. 텔레매틱스 리서치그룹에 따르면 텔레매틱스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은 약 2천1백만대로 전세계 자동차의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