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필리핀의 정치적 혼란기마다 평화적 봉기를 주도했던 하이메 신 필리핀 전 추기경이 병명이 공개되지 않은 질환으로 11일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관리들이 밝혔다. 30년 가까이 마닐라 대교구장을 맡아온 신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주교들의 평균은퇴 연령인 75세를 맞아 은퇴했으며 최근 몇년간 신장 질환과 당뇨병으로 공적인활동을 줄였다. 부패를 혐오하고 불평등을 용납하지 않았던 신 추기경이 남긴 최대의 업적은 독재와 부패로 얼룩진 두 명의 대통령 축출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86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당시 군참모차장인 피델 라모스 등을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 군중집회를 주도, 결국 `피플파워(국민의 힘)' 혁명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성과를 거뒀고 2001년에는 부패로 얼룩진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 하야운동도 주도했다.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으면서 아시아 지역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 하나로 꼽히는 그는 신앙심 깊은 가족 사이에서 태어나 11세 되던 해에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종교인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26세 때 고향인 중부 아클란 지방 인근에서 사제를 서품한 뒤 주교, 대주교를 거쳐 48세가 되던 지난 76년부터 8천만명의 교인을 둔 가톨릭교회 추기경으로봉직해왔다. 신 추기경은 특히 부패를 혐오했고, 불평등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설교등을 통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 정치인을 공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또 낙태 반대운동을 주도했으며 사형폐지도 주창했고, 이같은 노력 덕분에필리핀 정부는 지난 98년 사형을 유예한다는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닐라 AP=연합뉴스) kerber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