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0일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께 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 중인자이툰부대를 방문했다. 검은색 양복과 파란 셔츠, 푸른색 계열의 줄무늬 넥타이 차림의 럼즈펠드 장관은 12여단 식당에 들어서며 오른쪽 손을 치켜들고 장병들에게 반가움을 나타낸 뒤환한 미소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식당 안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장병들은 모두 일어나 30초 이상 박수와 함성을지르며 럼즈펠드 장관을 맞이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자이툰부대 황의돈(소장) 사단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연단으로나와 "자이툰 장병 여러분들에게 미국 시민을 대신해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제가 이곳에서 놀란 것은 여러분 모두가 한국에서 지원해서왔다는 사실"이라며 "미국과 한국군은 아주 가까운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그것은 소중하고 특별한 관계로 50년 전부터 가져왔던 혈맹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이툰 장병들은 이라크 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해 이라크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이툰 장병들의 용기와 희망, 기술 등 이 모든 것을 이용해서 이라크인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자이툰부대는 식당 정면에 럼즈펠드 장관을 비롯한 한미 국방관계자, 임홍재 주이라크 대사 등 15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그러나 연설이 끝난 후 식탁 테이블에 잠깐 앉았다가 황 사단장에게 식사를 하지 않고 장병들과 악수를 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장병들이 앉은식탁 통로로 향했다. 이 때부터 식당은 럼즈펠드 장관의 파격적인 언행으로 일순간 다시 한번 환호가일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풀린 신발끈을 고쳐맨 뒤 식당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만나서 반갑다"를 연발하며 100명에 가까운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군복에 공수부대 마크가 달린 유득권 상병에게 다가가 점프를몇번 했냐고 물은 뒤 유 상병이 4번했다고 답하자 자신은 한 번 했다며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펴보이기며 익살을 부리기도 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다른 병사가 갖고 있던 디지털카메라를 보더니 찍을 줄 아느냐며 즉석에서 사진을 찍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장병들을 한 순간에 사로잡았다. 10여분간 계속된 악수 행렬을 끝내고 럼즈펠드 장관은 서울로 국방부에 있던 윤광웅 국방장관과 전화를 연결, "캠프 자이툰 식당에 앉아 있다. 한국 장병들과 함께앉아 있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훌륭한 지휘관이라며 황의돈 사단장을 치켜세운 뒤 사단 주둔지가 정말훌륭하게 만들어졌다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윤 국방장관은 "어려운 여건에도 자이툰사단을 직접 방문한 것에 감사한다"며 "이번 방문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럼즈펠드 장관은 방문 30분만에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세 번에 걸친 장병들의 파이팅 함성을 뒤로하며 미군측에서 마련한 밴 차량을 타고 수행원들과 함께 자이툰부대를 빠져나갔다. 럼즈펠드 장관은 앞서 오후 5시25분께 자이툰부대에서 5㎞ 거리에 있는 아르빌공항에 헬기를 타고 도착, 황 사단장과 임재홍 주 이라크 대사의 영접과 40여명에이르는 수행원 및 경호원들과 함께 부대로 이동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오전 바그다드에 도착, 이라크 임시정부 관계자 등과 오찬을 한 뒤 키르쿠크를 통해 자이툰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이날 모술의 미군 스트라이커 여단을 방문한 후 마케도니아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럼즈펠드 장관의 자이툰방문에는 5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아르빌=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