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새 사령탑에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내정됐다. 그러나 그의 앞 길에는 영예 못지않게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동수 국민은행 행장추천위원장도 이날 최종 후보를 발표하면서 "강 내정자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은행을 이끌고 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국민은행 직원들과 금융계는 강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조직통합,경영정상화,구조조정 등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후보 선정 과정 및 배경 사외이사 9명과 주주대표 1명으로 구성된 행추위는 강 내정자를 최종 후보로 선정하기까지 총 14차례 회의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행추위가 스크리닝한 후보군만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추위는 이들을 추리고 추려 4명으로 압축한 후 개별적으로 행장직 수락 의사를 타진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고사 의지를 굽히지 않아 결국 최종 인터뷰에는 강 내정자 등 3명이 응했다. 행추위는 후보자격 요건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강한 체력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한 신념 국제적 감각 및 경험 대규모 조직관리 경험 은행 경영의 전문성 국내 금융시장 및 경영 여건에 대한 이해와 경험 등 6가지를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강 내정자의 향후 과제 강 내정자가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은 국민은행의 화학적 통합이다. 회계기준 위반 파문 이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노조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이들 노조는 이날 "행추위의 밀실 은행장 후보 선정에 반대한다"며 여의도 본점에서 천막농성에 돌입,강 내정자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실적악화의 주범인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 부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현안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2년 1조3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카드 부실 등이 불거진 2003년에는 7천5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실적이 은행권 최하위 수준이다. 조직통합,실적개선과 함께 구조조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민은행은 합병 이후 인력 구조조정을 충분히 하지 않아 비용 절감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금융계는 "강 내정자가 인력 구조조정에 손을 댈 경우 조직의 화학적 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가 이 '모순'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