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욕망의 장난감이며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사상을 관통하는 이 명제는 마이클 만 감독의 액션 스릴러 '콜래트럴'의 두 주인공에게는 서로 다르게 해석된다.


살인 청부업자인 빈센트(톰 크루즈)는 자신이 저지르는 살인의 명분으로 이 명제를 내세우지만 그의 인질인 택시운전사 맥스(제이미 폭스)는 이를 통해 굴종을 떨쳐내고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콜래트럴'은 대조적으로 살아온 두 인생이 한계상황에서 동일한 명제를 어떻게 수용하고 행동할지를 관찰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액션영화와는 달리 강도 높은 액션 속에서도 캐릭터와 플롯이 살아 있고 인물들의 대사는 함축적이다.


이 작품은 맥스가 하룻밤 동안 '킬러' 빈센트의 대리운전사 노릇을 하기로 계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다섯 차례에 걸친 살인행각 사이사이에 두 사람의 대화가 밀도 높게 전개된다.


맥스는 리무진 렌탈회사를 차리기 위해 지난 12년 동안이나 택시기사로 열심히 일해 온 사람이다.


말하자면 그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콜래트럴의 뜻) 잡혀온 인생이다.


이는 살아남기 위해 또다시 살인행각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과 겹쳐져 있다.


상황의 반전은 빈센트의 말로 촉발된다.


"(리무진 회사를 차리겠다는) 네 꿈은 절대 안 이뤄져.헛된 꿈을 좇다가 결국 노인이 되겠지."


꿈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고난을 견뎌온 맥스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인생의 무의미함'으로 빈센트가 아무나 죽일 수 있듯이 맥스도 빈센트에게 저항할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의 행동을 가르는 근본적인 차이는 삶의 보편적인 기준이 있느냐 여부다.


빈센트에게는 이것이 없다.


구체적이고 함축적인 대사는 관객들이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준다.


교양 있는 언변을 구사하는 신사인 빈센트가 저지르는 살인은 근육질 스타의 액션보다 충격의 강도를 높인다.


또한 승객의 심중을 읽을 줄 아는 택시기사는 관객이 쉽게 동조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분연히 일어섰을 때 관객들은 어느새 그의 편에 서게 된다.


자동차 전복,시체 추락 등의 액션 신이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와 연결되면서 나오기 때문에 더 섬뜩한 느낌을 준다.


15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