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공연은 언제나 설레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중인 발레리나 강수진(36)이 발레단과 함께 '오네긴'(25-26일.세종문화회관)으로 한국을 찾는다.


공연에 앞서 강씨를 6일 전화로 만났다.


세계를 누비는 발레리나건만, 2002년 '카멜리아의 여인' 이후 2년만의 내한공연은 여전히 흥분되는 모양이다.


"항상 고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좋지요.저번에는 결혼 직후 공연이라 흥분됐다면, 이번에는 한국을 찾는다는 자체가 흥분되고 떨려요. 자주 오는 고국 무대가 아니니까, 언제 찾아와도 느낌은 그대로네요"


더구나 이번에는 스스로가 한국에 가장 보이고 싶어했던 '오네긴'의 '타티야나'역으로 무대에 선다.


'오네긴'은 1961년부터 작고하던 1973년까지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지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안무가 존 크랑코(John Cranko)의 대표작. 오만하고 철없는 청년 오네긴과 순진한 처녀 타티야나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이다.


1965년4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초연했다.


철부지 시골 처녀가 가슴깊이 간직한 사랑을 떠나보내며 성숙하고 강인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얼마만큼 섬세하게 타티야나를 표현하는가가 공연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잣대기도 하다.


"'오네긴'은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함께 존 크랑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발레입니다. 어느 발레단이나 무대에 올리고 싶어하지만 (저작권을가진) 존 크랑코 재단이 공연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접하기가 쉽지 않지요. 작품 자체가 워낙 아름다운데다 음악도 좋고, 의상이나 무대도 정말 빼어나요"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순진한 처녀가 해를 거듭하면서 성숙하고 강인한 여인으로 거듭나는 '타티야나' 역할이 마음에 들어 이 작품을 좋아한다"며 "공연 말미에는 같이 울어주는 관객도 많을만큼 어디서나 반응이 좋은 작품"이라고 말을 잇는다.


그의 타티야나는 절제된 내면을 연기하는 동양적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호평을받는 듯하다고 한 마디 거들었다.


"모든 발레가 그렇지만, '타티야나'는 다섯 명이 연기하면 다섯이 다 다른 역할입니다. 제 피가 동양 피라서 그런지, 자연적으로 동양적 색채가 나오나봐요. 동양인에게는 부서질 것같으면서도 안에 강인함을 감추고 있는 측면이 있잖아요. 타티야 나 역할 자체가 내면의 강인함을 요구하는 역할이라서, 제 안의 그러한 기질과 잘맞는 것같아요. 타티야나가 변해가는 모습이 저절로 이해된다고 힐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동양인이기 때문에'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다고생각합니다"


95년 이 발레단의 시즌 개막작으로 '타티야나'를 연기한 것이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오네긴'으로 호흡을 맞춘 파트너만 다섯 명이라고 한다.


과거의 '오네긴'들은하나같이 은퇴했다는 웃음섞인 설명에 새삼 강수진의 연륜이 느껴진다.


"발레단 무용수들 가운데 제가 나이가 가장 많아요(웃음). 겉으로 보기에는 잘모르겠는데, 따져보니 그렇더라구요.

사실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나이를 먹는다는것은 경험을 더 많이 쌓는다는 것이고, 그만큼 풍부해진다는 거잖아요.

다시 어려지라고 하면 싫을 것같아요. 발레리나들은 남자 무용수보다 무대수명도 길고, 지금 제나이가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지요"


전 동료 무용수이자 매니저인 툰치 쇼크만과 결혼한 지도 2년이 됐다.


결혼 생활은 어떨까?


그는 "남편이 너무 잘해줘서, 저는 행복한 아내"라며 "아기는 낳을 생각은 있지만, 언제일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한다.


강씨는 한국공연 이후 발란신 작품모음 공연, '말괄량이 길들이기' 갈라공연 등이 예정돼 있다는 분주한 계획을 밝히며 말을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