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1차 TV 토론 참패 이후 침체해 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에 깊숙이관여해온 전ㆍ현직 참모들의 '무덤파기식'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거가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가운데 이라크 최고 행정관을 지낸 폴 브리머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각각지난 4일 "이라크전에 충분한 미군 병력이 투입되지 않아 희생자가 컸으며, 사담 후세인 실각후 폭력 사태를 조기 진화하지 못했다", "사담 후세인이 알카에다와 연관됐다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 못했다"며 예민한 문제를 거론한 것. 두 사람 모두 발언이 문제가 되자 각각 부랴부랴 성명을 내고 "내말은 이라크도착직후 약탈행위를 막기 위해 연합군이나 이라크 보안군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뜻", "질문을 잘못 이해했으며, 나는 2002년 9월 이후 알카에다와 이라크간에유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일제히 말을 바꿨다. 그러나 브리머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그의 발언은 5일 아침 워싱턴 포스트의보도이후 CNN, 뉴욕 타임스 등 유수 언론에 잇따라 인용되며 파문을 일으켰다. 뉴욕 타임스는 인터넷판에 로이터를 인용, "브리머의 말은 부시 행정부가 전후이라크의 안전 유지를 위한 적절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비판자들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워싱턴 포스트의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CNN은 "브리머가 성명을 통해 자기 발언을 분명히 하려 했다"고 전하면서 케리후보가 그의 발언을 거론하며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케리 후보는 이날 아이오아주 팁턴 유세에서 "이라크에서 많은 실책이 있었는데브리머가 이중 두가지를 시인해서 기쁘다"면서 "부시는 미국민들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날 예정된 부통령후보 TV 토론회를 겨냥, "오늘 저녁 체니도 그같은 실책을 인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 재선운동본부는 이같은 케리 후보의 주장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현지 사령관들로부터 군사문제에 관한 충고를 듣겠다고 계속 말해왔으며 개전초는물론, 이라크 국민들이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얻을 때 까지 계속 그러할 것"이라고 말하고 "현지 사령관들에 관한 케리 후보의 억측과 우리의 노력을 저해하는 그의 끊임없는 기도는 미군과 연합군, 적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