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한도를 절반(30%→15%)으로 줄이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가운데 삼성이 외국인들의 경영권 공격을 염두에 둔 최악의 시나리오 마련에 착수했다.


삼성은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삼성전자의 경영권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입법을 국회와 정치권에 요청키로 했다.


5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4백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을 전제로 올 연말 삼성전자의 내부 지분(계열사+특수관계인+자사주)은 25.6%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성생명(7.2%)과 삼성화재(1.3%) 등 금융 계열사의 지분이 8.5%에 이르는 상황에서 총 의결권 한도가 15%로 묶이면 금융사는 의결권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게다가 내부 지분에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9.3%나 포함돼 있어 삼성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6.1%로 축소될 전망이다.


반면 외국인 지분은 현재 57%선에 머물고 있지만 자사주를 배제한 뒤 의결권 있는 주식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지분은 64%에 육박,3% 정도만 더 사 모으면 기존 경영진을 전원 해임할 수 있는 특별 결의요건(66.7%)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같은 정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범위 내에서 외국인에 의한 경영권 공격 시나리오를 만들 것을 삼성경제연구소에 지시했다.


여기에는 공격 강도에 따른 단계별 대응과 외국인 우호세력을 구축하는 방안 등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금융사 의결권이 축소될 경우 금융사 지분을 우호세력에 넘기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7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지분을 받아줄 투자자가 국내에 있겠느냐"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공정위 개정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각종 법안들을 마련,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청원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국가 중추기업이 투기자본에 의해 공격당할 경우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등 국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별도의 장치를 두는 등의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