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사이버세계를 정화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천문학적인 게임 사이버머니를 헐값에 유통시킨 한 포털업체 직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유력 포털업체의 사이버머니 담당 팀장인 정모씨가 대규모 사이버머니 물량공세를 시작한 것은 올 봄. 정씨는 사이버머니를 대거 공급하면 해커들에 의한 불법매매가 판을 치고 있는 사이버머니시장에서 음성적인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이 떨어져 불법 해커들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 정씨는 단기간에 효과를 얻기 위해 실제 돈 5억∼6억원어치에 해당하는 수십경원어치의 사이버머니를 모 사이버머니 중간 판매상에게 반값에 판매했다. 그러나 시중에 사이버머니 유통량이 갑자기 증가한 것을 이상히 여긴 게임업체들과 게이머들이 앞다퉈 검찰에 제보했고 검찰은 지난 7월부터 정씨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이득홍 부장검사)는 다량의 게임 사이버머니를 중간판매상에게 시가보다 싼 값에 넘겨 회사에 2억~3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로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도주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판매상에게 사이버머니를 싼값에 넘긴 대가로 뒷돈을 받았는지를 계속해서 수사한 뒤 조만간 정씨를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씨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지만 사이버 세계를 정화하겠다는 동기는 정상 참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