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주를 신청한 뒤 출국 직전에 은행 카드회사 보험사 등으로부터 의도적으로 고액 대출을 받고 이민을 떠나는 '신용불량 해외이주자'가 7천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상환하지 않은 채무는 8천억원을 넘어 '공공정보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개인 신용정보 점검체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실에 따르면 지난 90년부터 올 2월까지 해외로 이주한 7만9천6백29명 중 8.7%인 6천9백31명이 금융회사들로부터 고액을 대출받은 뒤 갚지 않은 채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신용불량 해외이주자들의 부채는 8천39억원으로 1인당 1억2천만원에 달했다.


금융권별로는 △은행 2천9백46명(신용불량 해외이주자의 42.5%) △카드회사 1천1백43명(16.5%) △보험사 4백12명(5.9%)이었다.


이들의 금융권별 부채는 △은행 4천8백62억원 △각종 기금 8백89억원 △저축은행 4백52억원 △카드사 3백9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금융권별 1인당 부채는 각종 기금이 9억원,저축은행이 6억3천만원,은행이 1억7천만원으로 나타나 세금 등으로 운영되는 기금과 규모가 영세한 저축은행의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용 금감원 신용정보실장은 "해외이주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가 출국 직전에 고의로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뒤 출국하는 사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실태를 조사하게 됐다"며 "금융회사들이 채무자의 해외이주와 관련된 사전 또는 사후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출국 전에 해외이주자에 대한 신규대출 중단 및 기존대출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해외이주 제도는 외교통상부에 해외이주를 신고한 뒤 1년 이내에 출국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금융회사들이 출국신고 여부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임시방편으로 '정보관리 규약'을 개정,오는 11월부터 해외이주에 앞서 환전을 신청할 경우 환전신청자와 이주자 가족 전원의 인적사항을 은행연합회에 집중,채무상황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가동시킬 예정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