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75)화백이 10월 1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물방울'시리즈를 비롯해 한자와 물방울을 조합한 '회귀'시리즈, 모래위에 오일로 작업한 작품,나무위에 아크릴로 물방울을 그린 작품 등 신작 40여점을 선보인다. 김화백의 '물방울'그림은 1972년 파리의 권위있는 초대전인 '살롱 드메'에 출품되면서 국내외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의 '물방울'은 실물과 워낙 비슷해 '그려진 물방울'이라는 사실에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도 감탄을 연발한다. 일종의 '눈속임(tromp-l'oeil)'기법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물방울은 '허구와 실재','개념과 사물'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관람객들의 눈을 유혹한다. 김 화백은 물방울을 통해 '소멸'을 그려내고 있고 무(無)에서 태어났다 다시 무로 돌아가는 '허(虛)'를 표현하고 있다는 게 미술평론가 이일씨의 설명이다. '물방울'시리즈는 초창기 차갑고 응집력이 강한 영롱한 이미지로 그려지다가 80년대 이후에는 물방울에 그림자를 가미하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물방울에 그림자가 있음으로서 화면 공간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느낌을 준다. 미술 애호가들은 그가 70년대에 작업한 구작(舊作)들을 선호하지만 90년대 이후의 '물방울''회귀'시리즈는 작가가 대상(물방울)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작에 비해 더 회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방울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 화백은 "소재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소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인간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김 화백은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내년 5월 베이징에 있는 중국국가박물관에서 한국 화가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갖는다. 또 11월께 경기도 양평에 '김창열미술관'건립을 위한 계약을 경기도와 체결할 예정이다. 그는 "어머님 묘가 있는 양평의 2만여평에 미술관을 세울 계획인데 이에 따른 모든 비용은 경기도에서 지원할 것 같다"고 밝혔다. 10월17일까지.(02)734-611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