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 출신 저항세력 단체들이 몇차례 우리 신병을 넘겨주고 넘겨 받았습니다. 비교적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도 있었지만 이유없이 고문하고 참수를 위협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라크 북부에서 저항세력에 납치됐다 구사일생으로 풀려난 터키의 여기자 제이네프 투그룰(28)씨가 24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악몽같았던 4일간을회고했다. 터키의 앙카라에서 일간지 `사바'의 국제부 기자였던 투그룰씨는 캐나다 군사전문지 발행인 스콧 테일러씨의 통역으로 이라크 취재에 동행했고 북부 알 아파르에서저항세력에 대한 급습작전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두 사람은 지난 8일 이곳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택시를 탄 이들이 알 아파르 시내에서 경찰관에게 방향을 물어본 것이고난의 시작이었다. 경찰관은 주변의 차에 타고 있던 복면 차림의 사내 3명을 불렀고 이들은 총으로위협해 투그룰씨와 테일러씨를 한 가옥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당장 T셔츠와 바지차림이었던 투그룰씨에게 길고 헐거운 코트로 갈아입도록 했고 머리에는 스커프를 단단히 둘러메도록 했다. 이들은 "이제 얼마나 아름다워졌느냐"고 투그룰씨의 새로운 차림새를 칭찬했다. 과격 단체 안사르 알 이슬람 소속이며 투르크메니스탄 출신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납치범들은 터키어를 통해 투그룰씨와 대화했고 이들의 `에미르(지도자)'로 불린남자는 투그룰씨가 기자이며 이슬람 교도라는 사실을 알고 친절하게 대하면서 석방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캐나다인인 테일러씨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냉정했다. 투그룰씨는 저항세력 단원들이 테일러씨를 벽앞에 세우고 칼라슈니코프 소총을들이대면서 처형할 듯한 움직임을 보여 자신이 "그에게는 아들이 있다"면서 살려달라고 절규했다고 회상했다. `에미르'는 나중에 투그룰씨에게 "모슬렘 대 모슬렘으로 이야기하자면 당신이절규할 때 내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지만 나는 당신의 외침에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미르'는 투그룰씨에게 석방을 약속했지만 그날 밤 미군의 폭격을 받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후 두 사람은 여러 저항세력 단체에 잇따라 넘겨졌고 아랍어를 쓰는 저항세력단원들에게 인도됐을 때 상황은 크게 나빠졌다. 이들은 투그룰씨에게 "너의 친구는 이미 자백했다. 너도 자백할 준비가 됐느냐"면서 채찍으로 고문을 가했고 수시로 손가락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해보였다. 투그룰씨는 "역설적이게도 고문을 당하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기쁜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매질을 당하면서 고통은 겪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잃었던 감각이 되살아나는것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납치된 지 4일째 되던날 한 남자가 "너의 친구는 죽었지만 너는 석방하겠다"면서 투그룰씨를 풀어줬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음날 테일러씨도 석방됐다. 자신이 왜 석방될 수 있었는지를지금도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투그룰씨가 지난 13일 앙카라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터키 언론에는 테러리스트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저항세력 단체가 이라크에서 일하던 터키 트럭 운전사를 참수했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투그룰씨는 이라크에서 3번째로 저항세력에 납치된 여성이었다. 그에 앞서 납치됐던 이라크 구호단체 소속 여성 두명은 이미 살해됐다고 한 저항세력 단체가 주장한 바 있다. 투그룰씨는 "저항세력은 지금이 `십자군전쟁(기독교도에 의한 이슬람교도 공격)'의 시대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슬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첫째이며 이라크인들을 위한 투쟁은 둘째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