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다단계 사업을 하다가 빚을 졌고 저도 빚이 있는데,따로 신청해야 하나요." (트럭행상 김모씨·45)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다가 1억원이 넘는 빚을 졌는데,경운기에 손을 다치는 바람에…." (농장경영 차모씨·53) 개인회생제 시행 첫날인 23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1,2층에 마련된 접수처에는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사연을 가진 채무자 30여명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택시를 운전한다는 한 40대 남자는 "새벽 5시부터 기다렸다"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 방문자수가 1백여명을 넘어서면서 접수처 안이 시끌벅적했다. 1층에 별도로 마련된 상담·접수 창구에는 상담요원과 접수담당직원,회생위원 등 직원 20여명이 거의 선 채로 질문에 답하거나,일부는 쉴새없이 울리는 전화통을 귀에 붙인 채 상담을 받았다. 안내직원인 이모씨는 "접수창구 2개와 상담창구 3개 등 모두 5개 창구를 열었지만 방문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일괄적인 질의응답을 할 수 있도록 '집단 상담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 처음으로 개인회생신청서를 접수한 채무자는 30대 국영기업체 직원. 접수를 대리한 김관기 변호사는 "신혼에 시작한 부업이 실패하는 바람에 7천여만원의 빚을 진 케이스"라고 전했다. 이 채무자에게는 사건번호 11번이 주어졌다. 그는 한 달 1백86만원의 소득 중 기초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가용소득 28만원을 8년 간 갚겠다는 변제계획도 함께 제출했다. 계획이 인가되고,제대로 이행할 경우 전체 채무액 중 57% 정도가 면책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법원에 몰린 채무자들은 대다수가 개인회생제에 대한 개념과 신청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법원을 찾은 경우여서,상담단계에서 발을 돌려야 했다. 때문에 이날 전화 및 방문상담은 7백24건이었지만,실제 공식접수된 개인회생건수는 7건(오후 4시 현재)에 불과했다. 법원 관계자는 "상담자 중 40% 정도만 자격이 있고 일부는 자격이 안되거나,아예 파산을 신청해야 할 상황"이라며 "가능한 한 법률전문가나 법률구조공단 등의 도움을 받아 변제계획,중지명령 신청 등을 첨부하는 등 신청서류의 완성도를 높여 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채무자들은 까다롭고 복잡한 서류작성과 어려운 법률용어 때문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남편 사업이 망해 사채와 카드빚 3억여원을 진채 딸의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전모씨(47)는 "안내책자만 1백페이지에 달해 읽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며 "관련 용어가 너무 어렵고 인터넷 홈페이를 봐도 서류작성 방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차한성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고 채권자들의 비협조가 문제'라는 지적과 관련,"사건접수 추이를 봐가며 인가기준이나 최저변제액 등을 정해 나가고 미비점 등을 시정할 계획"이라며 "채권액 확정상 어려움 등도 관련기관 등과 협의를 거쳐 편리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