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제가 시행된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현관 앞에는 30여명의 민원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법원 업무개시를 기다렸다.


대기열의 가장 앞에 서있던 개인택시 운전사 A(50)씨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같아 새벽 5시부터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날 민원인은 대부분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보다는 상담을 위해 법원을 찾은 사람들.


오전 9시 파산부 문이 열리자 민원인들은 파산부 1층 접수창구에서 개인회생 상담카드와 번호표를 받고 현재 자산과 채무, 신청사유 등을 꼼꼼히 짚어가며 공란을메운 뒤 직원 안내를 받아 상담창구로 향했다.


<개인회생제 시행 첫날인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을 찾은 민원인들이 개인회생 접수창구에 줄을 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이날 오전 가동한 9개 상담창구에서는 회생위원(5급 사무관)과접수계장들이 민원인들을 맞아 서류를 검토하며 상담을 해줬다.


상담창구에서 `개인회생 적격' 판정을 받는 사람에게는 개인회생 신청서와 변제계획서 양식지를 지급했다.


법원 관계자는 "오전중 9개 창구를 가동하고 있지만 민원인들이 계속 몰리고 있어 오후에는 2개 창구를 늘릴 예정"이라며 "상담업무는 제도 시행 초기에만 실시하고 제도가 정착되면 상담업무는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인회생 1호 접수자는 30대 국영기업체 직원. 신혼부부인 그는 부업을 시도했다 투자금을 날리는 바람에 1억여원의 빚을 안게됐다고 한다.


뒤이어 보증을 잘못섰다 2억원의 보증채무를 떠안았다는 지자체 공무원 김모(40)씨도 개인회생 접수를 마쳤다.


하지만 법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개인회생제는 쉽지만은 않았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최모(47)씨는 서울중앙지법을 찾아왔다가 "용인지역은 수원지법에 개인회생 신청을 하셔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카드빚 독촉에 못이겨 개인회생을 신청하려 한다는 박모(48)씨는 "파산 관련 용어가 너무 어렵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읽어봐도 어떤 서류를 갖춰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씨는 "배드뱅크와 신용회복위원회 등 찾아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며 "하지만그곳도 워낙 사람들이 붐비고 직원들도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설명하다보니 불친절해져 묻고 싶은 것도 제대로 묻지 못할 때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개인회생 의뢰인의 서류 2건을 접수한 김관기 변호사는 "평범한 일반인이 개인회생 관련 서류를 갖추는 데 대략 보름 정도가 걸릴만큼 준비 서류가 복잡하다"며 "변호사인 내가 바짝 몰아붙였는데도 서류 준비에 사흘이 걸렸다"고 말했다.


법원직원 서모씨는 "오늘 민원인들은 개인회생인지 파산인지 여부를 결정하지않은 채 상담차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장기적으로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변호사와 상담해 서류를 작성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