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1일 국가보안법 등 국가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의원직 사퇴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표에게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옥인동 자택을 찾은 박 대표와 면담하고 "국가 정체성에 관련된 것은 박 대표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그 문제들이 만일 제대로 안됐을 때 한나라당 의원 1백21명 전원이 사퇴하고 국회를 떠난다는 결연한 의지와 각오를 국민에게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당에서 잘 대처하고 있지만 밖에서 보면 한나라당이 더 분명하게 대응해 국민을 안심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정부 참칭(멋대로 정부를 자처한다는 뜻)조항 삭제와 관련해서도 "국보법은 북한을 주요 상대로 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반국가단체 등에 북한을 제외 또는 완화하겠다는 것은 국보법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또 "국보법은 안보나 체제를 지키는 법적 장치이므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 등 핵심 가치를 지킬 수 있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그 해석에 진보나 보수 또는 좌우는 있을 수 없고 좌·우간 절충이나 타협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이 전 총재는 "과거 친일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옳은 일이나 지금 진행되는 방향은 1948년 건국의 정통성과 이후의 국가 발전 가치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