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단계에 있던 한보철강 매각이 소송사태에 휘말려 또다시 차질을 빚고 있다.97년 부도후 무려 7년을 끌어온 한보철강 매각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매듭짓는 것이 국가경제적으로나 당면한 철강재 수급난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다급한 현안이고 보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이번 사태는 처음 인수대상자로 선정됐다가 대금을 내지 못해 자격을 박탈당한 AK캐피탈이 국제상업회의소와 미국 법원에 낸 2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발단이 됐지만 최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KAMCO)가 혹시라도 패소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우발채무의 분담을 채권단에 요구하면서 매각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 바람에 이미 인수대금 8천7백71억원 전액을 납입하고 어제 당진공장 개소식과 함께 공장 재가동에 들어가기로 했던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의 계획도 무산되면서 오히려 막대한 피해만 입게 됐다. 사실 KAMCO의 이같은 문제제기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KAMCO 스스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거치지 않고 AK캐피탈을 인수대상으로 선정했다가 계약이 무산되면서 일이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AK캐피탈의 자격 취소는 법원이 절차를 밟아 결정한 일로 소송에 패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고 보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우발채무를 이유로 매각절차를 중단시킨 것은 KAMCO의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한보철강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발생하게 되는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INI측이 계획한 2조원 규모의 신규투자와 인력채용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그렇지 않아도 노후된 설비가 계속 방치되면서 공장 재가동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철강재의 공급부족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뿐 아니라 공장이 있는 당진의 지역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한보철강 공장의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KAMCO와 채권단의 우발채무 분담문제 해결을 위한 조속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합의만 이뤄진다면 소송진행과는 무관하게 매각작업을 마무리짓고 공장가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보철강 매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가경제적인 손실이 커지고 철강업계의 구조조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