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글은 한 펀드매니저가 주식투자에 대해 기고한 글입니다.익명으로 처리했음을 양해바랍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분은 IMF당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불행히도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당시 그 분은 아내 몰래 1억원 정도의 대출을 받아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었다.IMF당시 지수 600선이 붕괴되면서 나름대로 경험에 의해 싸다고 판단해 삼성전자를 매입했으나 결과는 참담하게 끝났다. 아내에게 계좌 내역을 보여준 그는 즉각 주식을 처분하고 빚을 갚았다.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고 지금까지도 대출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 사건으로 인해 집안 사정은 계속 좋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돈 문제로 부부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이처럼 인내하지 못하고 주식을 싸게 팔아치우는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는지? 펀드매니저 직업병인지 몰라도 국내 주식시장은 아직도 기회의 땅으로 보인다. 여러 전문가들이 말하는 소위 싸다는 논리 이외에도 대표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접하게 될 때 소신은 더 강해진다. 삼성전자의 예를 들어보자. 올해 한해 창출하는 에비타(EBITDA:영업현금흐름) 규모가 국민은행의 한 해 영업수익에 육박하게 된다.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규모 또한 국민은행의 한 해 이자수익과 엇비슷하고 높은 ROIC(투하자본 수익률) 성향을 볼 때 대략 5년 후에는 국민은행의 영업수익에 두 배에 해당하는 EBITDA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자체가 하나의 은행인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매년 발행 주식총수의 0.5%와 외국인과 대주주지분을 제외한 유통물량의 2% 정도를 자사주로 사들이고 있다. 은행은 영업수익이 늘어나는 데 BIS비율로 자기자본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삼성전자는 자기자본을 줄여가면서 매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증권시장내 시가총액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이 회사가 세계에서 투자를 제일 많이 하고 있고, 해외 유동성을 국내로 유입시키고 있다.또 삼성전자 이외에도 경쟁력있는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예 : 올해는 롯데그룹, 금호그룹 등 중견그룹까지 외국인 매수가 본격적으로 확대) 한편 과거 서구의 제국주의 시대에 있었던 일들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식민지 개척을 통해 막대한 금(金)을 자국내로 유입시켜 국부의 원천으로 삼았던 일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 지난 3년동안 미국은 세계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략 10조 달러에 육박하는 유동성을 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중 2/3가량이 아시아 국가들로 유입되었다.그러나 이러한 유동성은 다시 미국으로 재유입됐다. 돈 흐름의 줄기가 주인 호주머니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이 와중에 미국으로 재유입된 금액이 처음 유동성 창출금액보다 커지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아시아로 유동성이 유입된 경로는 수출전쟁 등을 통해서이나 미국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은 주로 국채 매입형태로 이루어진다. 아시아 국가가 美 국채를 거의 FULL로 매입했을 때 유동성 추가 증액은 없어졌고 금리가 올라가 국채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아시아의 상품을 사주고 대신 국채를 팔았으며,아시아는 반대로 저마진으로 물건을 팔고 국채를 비싸게 사들여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이다. 이렇게 국채매입을 통해 (미국으로) 재유입된 유동성은 다시 유가증권,부동산투자로 아시아로 다시 투돼 배당수입외 막대한 평가차익을 즐기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1993년 기록을 갈아치우며 막대한 금액이 작년에 이어 매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2000년 당시보다 국민들이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주식을 판 돈으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만일 미국(다우 1천)이 22년전 그랬던 것처럼, 일본(니케이 5천)이 27년전 그랬던 것처럼 주가 지수가 1천 포인트의 박스권을 뚫게 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부자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닐까? 그때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외국인들에게 돈이나 빌려주고 살 것인가? 따라서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가 나서 주식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야 한다.삼성전자 같은 대표 기업들이 국부의 원천을 마련해 줄 것이다. 주가 1천 포인트 시대를 열기 전에 본격적 채비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필자는 주식에 미친 것일까? 한경닷컴 장원준 기자 ch100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