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가 삼성물산의 지분확대에 나선 것을 계기로 증시에 지주회사와 관련된 인수합병(M&A) 테마가 또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내 최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한 지주회사들의 경우 외국인 대주주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아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일 증시에서 SK㈜ 한화 GS홀딩스 금호석유 등 지주회사 관련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종합주가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지주회사 테마를 촉발시킨 삼성물산이 2.22% 오른 1만6천1백50원으로 마감된 것을 비롯 SK㈜ GS홀딩스도 2∼4% 상승했다. 한화그룹 지주회사격인 ㈜한화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밖에 대림산업 코오롱 CJ 농심홀딩스 동양메이저 대웅 동원금융지주 등 지주회사들도 일제히 오름세를 탔다. ◆외국인과 지분경쟁 가속 전문가들은 M&A 관련 지주회사들의 경우 주가강세가 내년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 SK㈜와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우처럼 내년초 주총을 앞두고 국내 대주주와 외국인들간 세력다툼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중 자회사 및 계열사 보유지분 가치가 큰 반면 국내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은 적대적 M&A 가능성에 노출돼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교보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경우 외국인과의 지분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SDI의 지분매입이 끝나더라도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분율은 18.41%로 외국인 지분율(20일 기준,44.85%)에 크게 모자라 삼성측의 추가 지분확대가 불가피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 경우 삼성물산 주가는 펀더멘털(내재가치)과 무관하게 목표주가(2만원) 이상으로 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K㈜ 등 다른 지주회사도 마찬가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SK의 경우 올초 주총에서 경영진 교체에 실패한 소버린측이 내년 주총을 타깃으로 다시 세규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SK측으로선 올 초 주총 이후 국내 우호기관들의 지분이 대거 빠져나간 만큼 위기의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 지분은 지난 3월12일 주총 당시 55%에서 지금은 61%로 높아진 상태다. ◆지주회사 테마 옥석 가려야 전문가들은 올들어 지주회사 테마가 배당매력과 저평가 등을 요인으로 모두 네차례 부각됐지만 대부분 단기 효과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최근 사모주식투자펀드(PEF) 관련법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자회사 보유지분 가치가 높은 지주회사의 경우 M&A 대상으로 거론돼 한차례 급등했지만 이후 대부분 되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현재 지주회사 가운데 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일부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영권이 안정돼 있어 M&A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자산가치 등 펀더멘털이 아니라 M&A 가능성 등을 겨냥해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