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기술유출 법만으론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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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핵심기술이나 그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해외로 매각 또는 투자할 때 의무적으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기술유출 방지대책을 담은 '첨단산업기술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선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산업스파이에 대한 대응 필요성과 함께 기업들의 해외탈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술 유출은 사실 심각한 문제다.
올들어 기술을 노린 산업스파이 사건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1건의 산업스파이 사건이 발생,피해액만도 18조여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6년간 적발된 산업스파이 사건 40건, 피해액 26조여원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산업스파이만이 문제가 아니다.
외국기업으로의 매각,생산거점 및 연구소의 해외 진출 등을 통해서도 기술이 새나가기도 한다.
근래들어 중국 등 경쟁국들의 적극적인 국내기업 매수라든지,첨단기술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 등은 그런 측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우선 아쉬운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때문에 강도 높은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우리는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특히 산업스파이에 대해서는 이를 퇴치할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핵심기술이나 기술보유기업의 해외 매각이나 투자시 정부로부터 의무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국가핵심기술을 일일이 지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기술의 속성상 해당 여부를 놓고 시비가 일 것은 너무도 뻔하다.
더욱 걱정스런 것은 민간기업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상대국이 우리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예상되는 마찰도 생각해봐야 한다.
해외로 나갔던 일본기업들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데 왜 우리 기업들은 기술 유출 위험까지 감수하며 해외로 나가려고만 하는지 정부는 그 이유부터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한 본질적인 대응책은 기술보유기업들이 가능하면 국내에 남을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있음을 다시 한번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