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대량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인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시장에서는 단연 선두다. 90년대 중반 이후엔 e비즈니스에 필요한 '토털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989년 한국법인으로 설립된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기업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토대를 잘 다져왔다. 국내 DBMS 시장에서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고,ERP 시장에선 독일계 SAP코리아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97년엔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로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난공불락' 마케팅 캠페인 정보기술(IT)업계에서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의 대표로 여겨질 만큼 DBMS 시장의 '강자'다. 이같은 성공에는 제품의 성능을 한껏 부각시키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큰 몫을 했다. 오라클은 최근까지 DB 주력제품인 '오라클9i 데이터베이스'의 광고에 '난공불락(unbreakable)'이란 문구를 채택할 만큼 자신있게 밀어붙였다. 화재나 폭발과 같은 재해가 발생해도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고 웬만해선 시스템이 다운되지 않는 제품이라는 표현이다. 이에 힘입어 한국오라클의 DB 솔루션을 택한 고객사가 1만개를 넘어섰다. 고객 사이트는 금융 통신 공공 등 광범위하다. KT LG전자 삼성전자 외환은행 조흥은행 교보생명 철도청 교육인적자원부 등이 대표적인 고객이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오라클 DB 제품은 보안인증을 15개나 받았을 정도로 안정성이 뛰어나다"며 "사용자의 실수나 예기치 않은 장애로 인해 시스템이 다운되는 일도 예방해주고 데이터 유실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IT전략 그리드 컴퓨팅 오라클은 지난해 하반기 전세계에 차세대 DBMS인 '오라클10g'를 선보이면서부터 '그리드 컴퓨팅'이란 용어를 널리 확산시켰다. 그리드 컴퓨팅은 기업내 산재된 수많은 서버와 PC를 하나로 묶어 슈퍼컴퓨터처럼 활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원관리와 비용 절감,투자비 조기회수 등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오라클의 10g 시리즈는 바로 IT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그리드 컴퓨팅' 개념을 적용한 제품이다. 10g의 'g'를 그리드(grid)에서 따온 이니셜이다. 토털 솔루션 업체를 지향하는 한국오라클은 엔터프라이즈 그리드 컴퓨팅과 같은 신기술과 중소기업용 ERP 솔루션 등 차별화된 제품으로 침체된 IT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은 "올 하반기에는 엔터프라이즈 그리드 컴퓨팅 저변확대와 중견·중소기업 시장 공략 이외에도 기업 업무과정을 합리화해 경영의 효율을 도모하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기업성과관리 등 특화된 솔루션 보급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