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기에는 주식투자가 역시 최고입니다." 일본 최대 건설회사 시미즈건설에 근무하는 하야시 부장(47)은 한동안 그만뒀던 주식투자를 지난해 초 재개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주식투자를 한 그는 "주식을 알아야 경제와 돈을 보는 눈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하야시 부장은 여유 자금만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야 주가가 떨어져도 피해가 크지 않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일본경제 회복이 가시화되며,주가가 오르면서 버블붕괴기에 증시를 떠났던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실질 금리가 제로상태여서,재테크 수단으로 증권만한 게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90년대 주가하락이 계속되자 증시를 떠나는 개인이 많았다. 닛케이평균주가는 89년말 3만8천9백15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13년간 곤두박질쳐 지난해 4월에는 7천6백엔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주식투자 열기가 서서히 살아났다. 최근 증시에 복귀한 '개미'들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인답게 여유자금으로 욕심 부리지 않는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 디스코에 근무하는 구보다 겐이치 과장(38)이나 우리은행 도쿄지점에 근무하는 민광사 차장(42)도 이런 유형의 투자자들이다. 구보다과장은 사내에서 '재테크 달인'으로 소문나 있다. 증권에 관심이 많아 대학교때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모은 돈과 집안 어른들의 돈으로 90년대 중반 3천만엔(약3억원)으로 NTT데이터를 매입했다. 때마침 불어온 IT(정보통신)호황 덕분에 투자금이 3배로 불어나자 98년께 주식을 처분하고 집을 샀다. 또 90년대 말 몰아닥친 금융업계 구조조정때는 사쿠라은행을 매수,높은 수익을 냈다. 샐러리맨에게 주식만한 재테크 수단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올해 42세인 민광사 차장도 2년 전부터 주식투자를 재개했다. 20여년 간의 은행근무를 통해 일본증시가 바닥을 찍었다는 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금융자산 6백만엔을 예금과 주식으로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주식은 투자리스크가 있어 이자가 없어도 50%는 현금으로 보유하는 게 게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량주를 골라 중장기 투자하고,목표가를 정해 그 가격이 되면 오르고 있어도 매도하는 전략이 그가 갖고 있는 투자원칙이다.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에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개인들이 증시에 관심을 높이자 상장회사나 증권업계도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온 야후처럼 주가가 높은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증권중개업 문호 개방을 계기로,편의점에서도 주식거래가 가능해졌다.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은 1천4백조엔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그 중 5%가 증시에 투입되고 있어,개인 투자인구가 늘어날 경우 일본증시의 성장잠재력은 상당히 크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