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까지 매듭지을 예정이었던 원전수거물관리센터(원전센터) 부지선정 작업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산업자원부는 원전센터 유치 예비신청 마감일인 15일까지 주민유치 신청(지난 5월31일)을 한 경북 울진군,전북 군산시 등 7개 지방자지단체 가운데 한 곳도 정식으로 예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자체간 경쟁 유도를 통해 최장기 미제(未濟) 국책사업인 원전센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일단 무산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크게 두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이미 예비신청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전북 부안군을 단일 후보지로 선정,주민투표 등 남은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은 지난 12일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제안한 '공론화기구' 참여를 통해 향후 부지선정 일정을 전면 백지화하고,일정 기간 논의를 거쳐 새로운 부지 공모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산자부는 이미 기존의 원전센터 부지선정 작업을 추진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병행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어 두 개의 '카드' 가운데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떤 결정을 내리든 떠안게 될 부담은 마찬가지여서 정부는 카드 선택에 고심하고 있다. 첫 번째 선택인 '부안 카드'의 경우,이미 지난해 폭력 사태로까지 비화됐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부안군 내 반대 여론이 여전해 정부가 부안을 단일 후보지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예비신청이 없어 부안이 단독 후보지로 남은 것 자체가 정부에는 큰 부담"이라며 "아직도 부안 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부안을 단독 후보지로 끌고 가는 것은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결국 두 번째 대안인 공론화 기구 참여를 통해 '부안 카드'의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 도출이라는 최소한의 명분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론화 기구가 구성되더라도 기구의 법적인 위상,공론화 방식과 절차 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또 정부가 시민단체들의 '시간 벌기'전략에 휘말려 공론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어렵사리 쟁점화시켰던 원전센터 문제가 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올해 초 공고하고 그동안 추진해 온 부지선정 일정을 시민단체의 실력행사에 밀려 중단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지 선정에 찬성하고 유치청원을 낸 국민들에게 불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2003년= △7월 원전센터 후보지로 전북 부안군 위도 선정 △7∼12월 부안 주민 원전센터 반대 시위 △12월10일 정부,원전센터 추진사업 보완책 발표(부안 이외 지역도 신청가능) 2004년= △2월4일 정부,원전센터 후보지 신규 공모계획 발표 △ 5월31일 7개 지자체의 10개 지역(부안 제외) 주민 유치청원 접수 △9월12일 열린우리당,공론화기구 설치 등 중재안 제시(반핵국민행동 중재안 수용) △ 9월15일 지자체장 예비신청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