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버뮤다와 룩셈부르크 같은 조세피난처로 수익을 빼돌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현상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 중국 등 18개국이 조세피난처를 자처하고 있다. 각국 세금 제도를 연구하는 미국의 비영리 기관 '세금 애널리스트'는 13일 미국 기업들이 2002년 18개 조세피난처에서 거뒀다고 신고한 세전이익 총액은 1천4백90억달러로,1999년 8백80억달러보다 68%나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미국 기업들의 해외 총 순익은 23% 증가하는 데 그쳐 대조를 보였다. 미국 기업들이 2002년 돈을 가장 많이 벌었다고 신고한 나라 10개 중 6개는 조세피난처다. 특히 아일랜드 버뮤다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 4개국에서 신고된 순익은 7백80억달러로,3년 전보다 1백57%나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 4개국 외에 스위스 네덜란드 바베이도스 말레이시아 홍콩 케이만제도가 '기존의 조세피난처'로 분류됐고,중국 덴마크 벨기에 뉴질랜드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도미니카공화국 등 8개국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소득세율을 가파르게 떨어뜨리고 있는 '신흥 조세피난처'로 분류됐다. 미국 기업들이 2002년 중국 등 신흥 조세피난처에서 발생했다고 신고한 세전이익은 2백40억달러로,3년 전에 비해 70%나 늘었다. 특히 중국은 외국 법인소득세율을 지난 99년 21%에서 2002년 17%로 인하했다. 미국 기업들이 이 기간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신고한 세전이익은 12억달러에서 34억달러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미국은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차원에서 기업에 과세할 때 다른 나라에서 낸 세금 만큼 총 세액에서 공제해주고 있으며,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나라로 사업을 이전하거나,페이퍼컴퍼니라도 설립해 세계 각국에서 번 돈을 몰아주는 현상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 제도를 노리고 각국이 세율을 경쟁적으로 낮춰 세제의 차별화가 이뤄졌고 국경간 자금 이동이 수월해진 것도 이 같은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이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미국 재무부 소속 이코노미스트 마틴 설리번은 "미국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곳을 찾아가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며 "이는 국민과 순수한 국내 사업자들에게 납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