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종합기계 우리사주조합이 회사매각 입찰 마감일을 하루 앞둔 13일 경영참여요구 포기와 무분규.무파업을 선언하면서 팬택컨소시엄과 공조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우리사주조합이 다른 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반대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두산 효성 등 경쟁업체들이 "매각절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협박을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귀추가 주목된다. 매각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사주조합과 손을 잡은 컨소시엄에 가점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사주조합 "경영참여 포기" 대우기계 공대위(우리사주조합)는 이날 민주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기계 인수가 확정되면 회사 경영권은 팬택컨소시엄이 선임하는 경영자에게 일임되며 장기간 노사안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선임권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겠다던 기존 주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조합은 "팬택컨소시엄은 고용보장과 적정 복지수준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팬택과 공동인수에 나서면서 종업원 개인 대출 방식으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차입,10∼15%의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며 차입금은 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과금으로 상환키로 했다. 조합은 "지분취득 비율이나 향후 조합원과 회사측의 차입금 상환 비율은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조합은 "분할 매각이나 두산 효성 등 재벌기업으로의 매각은 반대하며 그렇게 될 경우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력구조조정은 없다" 업계는 이번 공조가 비교적 낮은 가격에 대우기계를 인수하려는 팬택의 의도와 고용을 보장받으려는 대우기계 노조측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팬택측은 대우기계 협력업체를 포함한 중견기업과 사주조합을 끌어들여 자금부담을 낮추게 됐고 사주조합측은 일정 지분 참여를 통해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 효성 등 이미 기계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업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인력구조조정이 수반될 것이라는 노조의 우려를 팬택컨소시엄이 충분히 활용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와 취득 지분 및 차입금 상환 비율 등이 논란이 됐고,결국 노조는 경영참여 요구에서 물러나는 대신 차입금 상환 비율 등에서 팬택측의 양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경쟁 위배 논란 우리사주조합은 회사를 분할매각하거나 다른 컨소시엄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반대투쟁에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산관리공사는 그러나 "일괄매각을 선호하지만 분리매각에 따른 세금이나 기타 비용부담보다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다면 분리매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평가항목 가운데 고용보장에서 일부 점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노조가 참여하는 쪽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자산공사는 사주조합이 인수희망업체와 제휴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는 등의 행위는 입찰참여자의 비밀준수 의무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괄인수를 희망하는 두산과 효성 관계자는 "자신들이 인수주체로 선정되지 않으면 반대투쟁을 벌이겠다는 사주조합측의 주장은 국제공개입찰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라고 반발했다. 민수부문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외국계 업체와 방산부문 인수를 추진하는 국내업체들도 "인수업체는 반드시 가격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부문 입찰을 희망했던 한화는 이같은 혼선이 빚어지자 대우기계 인수전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