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회계파문을 계기로 리딩뱅크(선도은행)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주춤거리는 사이 우리금융지주는 LG투자증권 인수를 확정했다. 하나은행도 대한투자증권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을 지렛대삼아 은행부문 1위자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오는 10월 말에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국내 지점이 통합해 씨티은행으로 재출범할 예정이어서 리딩뱅크를 향한 은행간 경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흔들리는 국민은행=총자산 2백8조원으로 그동안 리딩뱅크로 군림해 왔던 국민은행은 이번 회계파문으로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상반기 중 흑자(3천76억원)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경영상태가 완전 정상화된 것이 아니다. 대투증권 인수 계획도 포기했다. 게다가 추진 중이던 JP모건과의 전략적 제휴도 회계파문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행장을 선임할 오는 10월 말까지 경영권 공백이 빚어지고 직원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영업력에 상당한 손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금융과 신한지주의 도전=리딩뱅크에 가장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곳은 우리금융.우리금융은 LG투자증권 인수를 확정했다. 오는 16일 열릴 채권단운영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증권업계(위탁매매 기준) 1위로 올라선다. 앞으로 1년 동안 LG투자증권이란 상호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만큼 1년 안에 LG증권과 우리증권,LG투신과 우리투신을 합칠 공산이 크다. 우리금융은 지난 9일엔 5.74%의 정부 지분 매각에도 성공,민영화를 향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황영기 회장이 내놓고 "경쟁 은행들이 회계문제와 노사관계,통합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지금이 바로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호기"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신한지주는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의 통합은행이 출범하는 오는 2006년 은행권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통합작업에 매달리느라 다른 금융사를 인수할 여력은 없다. 그러나 내년 중 조흥은행의 카드부문을 신한카드에 합치고 신한생명도 자회사로 편입해 비은행 부문에서도 업계 3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차분히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씨티은행도 변수=하나은행은 최근 대투증권 인수작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사후손실보장에 대해 정부가 '성의 표시'를 할 경우 인수작업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와 내년 순이익 규모가 각각 1조원으로 예상돼 자금동원력에선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태풍의 눈은 10월 말 출범할 통합 씨티은행이다. 씨티그룹은 씨티은행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리딩뱅크는 아니더라도 은행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영춘·장진모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