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휴대폰 업체인 팬택계열과 미국 모토로라 간의 협력관계가 청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모토로라가 자사 보유 팬택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팬택계열은 모토로라와 재계약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나 모토로라가 갖고 있는 팬택 지분 16.4% 중 10% 이상을 되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체 브랜드 수출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모토로라 본사는 9일 "지난 98년 취득한 팬택 지분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만 맞으면 일부든 전량이든 언제든지 내다팔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또 "내년 말까지는 팬택과의 단말기 공급계약이 유효하다"며 "이후 관계에 대해서는 그때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토로라는 98년 7월 팬택과 제휴하면서 팬택 지분 16.4%를 주당 4천5백5원에 사들였다. 이때부터 팬택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폰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모토로라에 공급했다. 2002년에는 계약을 변경,모토로라가 중남미시장에서 판매할 CDMA 휴대폰을 2005년 말까지 팬택이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키로 했다. 지난해 팬택의 매출에서 모토로라에 대한 공급물량이 차지한 비중은 약 50%.올해는 이 비중이 30%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에 대한 휴대폰 공급 중단은 팬택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팬택계열은 GSM 휴대폰 자체 브랜드 수출을 강화하는 한편 CDMA 부문에서 모토로라와 재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팬택 관계자는 "주가(9일 4천5백60원)가 낮아 모토로라가 당장 지분을 처분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모토로라가 지분을 공개매각할 경우 되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택계열은 모토로라와 결별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 팬택은 GSM,팬택앤큐리텔은 CDMA 휴대폰 사업에 주력하며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팬택의 CDMA와 GSM 비중은 6 대 4 정도. 이 비중을 하반기에 5 대 5로 만들고 내년에는 GSM 우위로 바꿀 계획이다. 현재 16% 수준인 자체 브랜드 수출 비중을 연말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팬택앤큐리텔의 자체 브랜드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미국 유통업체 오디오박스를 통해 미주시장에 제품을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미주시장에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이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노근창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팬택계열이 자체 브랜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모토로라와의 관계가 청산될 경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